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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0 20:42 수정 : 2008.01.30 20:42

생명공학자 벤터-진화생물학자 도킨스 ‘생명관’ 대담

독일 언론 ‘슈피겔’ 보도

벤터 “생명은 디지털 정보…전송·복제 가능”
도킨스 “과학자, 지구미래 위태롭게 말아야”

‘인공 생명체 창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국 생명공학자 크레이그 벤터(62·사진 오른쪽) 박사가 “생명은 디지털 정보이며 전송하고 복제할 수 있다”는 급진적 생명관을 거침없이 밝히고 나섰다. 지난 21일 독일 뮌헨에서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을 주제로, 저명한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67·왼쪽)와 만나 연 미국 ‘에지재단’ 주최 대담 행사에서 그는 “디지털 정보인 생명을 우주 너머로 전송할 수도 있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실험실에서 (이메일로 받은) 유전 암호를 작성해 생명을 복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지재단 누리집(edge.org)과 <슈피겔>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벤터는 대담에서 “생물학은 궁극적으로 나노기술이며 (아주 특정한 용도로) 생명을 디지털로 설계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유전자는 소프트웨어이므로 우리는 맞춤형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종은 새 염색체를 얻으며 진화한다”며 “그것은 소프트웨어가 가득 담긴 새 디브이디를 당신의 컴퓨터에 장착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인공 생명체 창조라는 자신의 꿈과 관련해 그는 ”(지난해 했던) 생물종의 염색체 이식 실험으로 볼 때에 세포(생명체) 창조는 분명 가능하며 올해 안에 그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터는 대담에서 환경 파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지구온난화 같은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사람에 유용한 유전자들을 지닌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생명의 실체는 유전자라고 주장해온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의 저자 도킨스 박사는 대담에서 “(무신론자인 내가 볼 때) 과학자가 신의 창조를 흉내낸다고 비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과학자가 지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데 대해선 비난할 수 있다”며 같은 무신론자인 벤터 박사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인간 게놈 지도 작성에 참여했던 벤터 박사는 2003년 5천여개 염기로 이뤄진 인공 바이러스를 제조하고 지난 24일엔 디엔에이 조각들을 이어붙여 ‘미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이라는 박테리아의 인공 게놈을 만들어 발표했다. 지난해엔 자신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연구활동을 둘러싸고 그동안 인공 생명체가 대체에너지를 생산하거나 독성 쓰레기와 이산화탄소를 잡아먹는 ‘생물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생물무기로 악용될 수 있으며 자연에 알 수 없는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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