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2 20:41
수정 : 2008.03.1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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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버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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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논문 중대결함 취소 요청”
과학저널 심사과정 비판 이어져
지난달 말 <사이언스>에 실린 김태국 카이스트 교수의 2005년 논문에 결함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엔 <네이처>가 노벨상 수상자의 논문에서 결함이 확인됐다며 논문을 취소하는 조처를 내렸다. 세계 과학저널의 ‘쌍두마차’격인 두 저널의 논문심사 과정에 잇따라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과학저널들의 논문심사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6일치 지면을 통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린다 버크 박사(사진·당시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2001년 공저 논문에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며 저자의 요청에 따라 이 논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버크 박사는 2004년 인간의 후각 매커니즘에 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문제가 된 2001년 논문은 ‘코의 냄새 수용체에서 뇌의 후각피질로 이어지는 신경 경로’에 관한 실험 결과로, 당시 버크 박사 연구팀은 식물 유전자를 집어넣은 유전자 조작 생쥐의 몸에서 식물 유전자의 단백질이 뉴런들을 거쳐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해 ‘후각 신경망 지도’를 그려냈다. 이 논문은 138차례 다른 과학논문에 인용됐다.
<네이처>는 버크 박사가 “실험실의 애초 데이터와 발표된 데이터 사이에 불일치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논문 내용을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보도 뒤 이 저널의 누리집엔 과학자들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에선 논문의 결함을 스스로 밝힌 저자의 용기를 칭찬하는 글도 올랐으나, 다른 한편에선 ‘인용지수’ 높은 이른바 ‘잘 나가는 저널’에 논문을 내야 하는 심적 압박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과 함께 <사이언스>나 <네이처>같이 저명한 저널의 논문심사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저널들이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편, 서울대 자연대학이 내는 계간지 <자연과학>의 최신호에 실린 ‘과학과 동료심사’ 특집에서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과학기술사)는 ‘과학논문의 보증수표’로 통했던 동료심사제가 1980년대 이래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위조, 변조, 표절 등 작심하고 저지르는 부정행위에 동료심사도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을 이용한 ‘논문 공개심사’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대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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