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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7 08:30 수정 : 2008.04.17 13:11

이소연과 김연하 화상통화 = 한국 우주인 이소연씨가 16일 밤(한국시각) 피겨요정 김연아 양과 생방송 중에 화상대화를 하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실험당 연구비 3천만원…후속 지원 계획도 없어
국내 첫 실험에 의미…‘뜻밖의 성과’ 기다리는 중

“사실 두렵습니다. 이번 초파리 실험이 노화의 비밀을 풀 열쇠인 것처럼 크게 보도돼, 나중에 ‘그게 뭐 대단한 노화 연구냐’라는 말까지 들을까봐 지레 걱정돼요.”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실험용 초파리들을 올려보낸 조경상 건국대 교수는 ‘한국 첫 우주인 탄생’ 이후 갑자기 쏠린 기대로 느낀 부담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우주정거장에 머물던 초파리들이 살아 돌아오면 지상의 초파리들과 유전자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제껏 알려진 중력반응·노화 유전자들과는 다른 새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를 벌인다(<한겨레> 2007년 11월15일치 17면). 조 교수는 “노화와 관련한 연구들은 이미 수천, 수만 가지나 될 테고 이번 연구는 하나를 더 보태는 것인데, 언론은 충동적으로 기사를 쓰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나친 평가절하를 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30)씨가 19일 지구로 돌아올 때 들고올 짐에 우주 과학실험의 성과들이 얼마나 담겨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천만원씩의 적은 연구비에다 별도의 후속연구 지원 계획도 없이 어렵게 추진된 우주실험들이지만, 실험을 기획하고 설계한 우주실험의 숨은 주인공들은 “지상에선 할 수 없는 실험을 우리도 처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후속 연구에서 뜻밖의 성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뜻밖의 발견을 기대하는 사람들 중엔 박일흥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도 있다. 이들은 지구 고층대기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며 섬광처럼 나타나는 ‘거대 번개’(메가 번개) 현상을 포착하려는 멤스 우주망원경 ‘캠텔’을 만들어 우주정거장에 올려보냈다(12월6일치 17면). 마이크로 거울 256개를 단 이 망원경은 지금 지구 쪽을 내려다보며 극한 대기 현상을 날마다 관측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주인이 가져올 관측 결과에 섬광 현상의 연속촬영 데이터가 담겨 있다면 이 대기 현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계획은 시험판인 이번 우주망원경을 발전시켜 올 7월 러시아 위성 ‘타티아나노2호’에 실어 올려보낼 우주망원경 ‘엠텔’이다.

 윤경병 서강대 교수는 무중력에서 만들어질 ‘제올라이트’ 합성물질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상에선 중력 탓에 입자들이 합성될 때 크기와 모양이 약간씩 달라 둘쭉날쭉하지만, 우주정거장에선 거의 완벽하게 균일한 입자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만들어진 1g 가량 입자들의 모양과 크기가 실제로 균일한지 확인한 뒤, 이 입자들을 벽돌처럼 써서 독특한 구조물을 만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11월22일치 15면). ‘특정 파장의 빛을 가둘 수 있는 분자 건축물’은 그 중 하나다. 윤 교수는 “합성장치가 지상에선 섭씨 100도까지 가열됐는데 우주정거장에선 최대 94도밖에 안 된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다”며 “합성 조건이 예상과 달라져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 연구팀은 우주정거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금속-유기 다공성 물질’ 합성 실험을 설계했다. 전자가 없는 금속 원자(금속 이온)들을 접착제처럼 써서 유기 분자들이 거기에 달라붙게 하는 방식으로 분자 구멍이 매우 규칙적으로 뚫린 합성물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세중력에선 결함이 거의 없는 물질이 만들어지리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추진해 왔다. 많아야 1g 가량 시료가 우주에서 만들어져 지구로 돌아온다. 김기문 포스텍 교수는 “우주정거장에서 단백질 결정 만들기 같은 실험은 이미 있었지만 금속-유기 다공성 결정은 처음”이라면서도 “하지만 한 차례 실험으로 어떤 결론을 내긴 힘들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진 말아 달라”고 말했다. 우주정거장 실험을 앞으로 더 진행할 계획을 러시아 쪽과 협의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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