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30 18:58
수정 : 2008.04.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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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가자니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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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석학 가자니가 “뇌중심 사고 우려 크다”
“내 뇌가 당신의 뇌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께 말하고 있는 겁니다.”
3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케이블방송 <와이티엔> 주최로 열린 ‘월드사이언스 포럼’에 참석차 한국에 온 인지신경과학의 석학인 마이클 가자니가(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산타바바라) 교수는 “뇌를 모든 행동과 심리의 주인으로 보는 인식은 심각한 오해”라며 “인간됨이나 윤리, 도덕적 책임들이 다 뇌에서 나오지만 뇌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뇌가 곧 ‘나’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도덕적 책임은 뇌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일부 범죄자는 자기 잘못이 뇌의 문제 때문에 생겼다며 자기 책임을 피하려고 하지만, 뇌가 손상됐다고 다 비도덕적 인간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 그는 뇌의 문제에서 비롯한 우울증이나 정신병리를 윤리, 도덕의 문제로 바라봐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명한 신경과학자이면서 최근엔 ‘신경윤리’(뇌윤리) 석학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사회적 뇌>와 <윤리적 뇌>(국내 출간 예정)에서 신경과학계에 새로운 통찰을 던져 준 그는 조만간 <인간>이라는 책도 낼 계획이다. ‘뇌 프라이버시’는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요즘 미국에선 뇌영상으로 거짓말을 판독하는 거짓말탐지기 논쟁이 뜨겁습니다. 과학계에선 뇌영상 증거의 정확성이 늘 논란거리인데, 과학계 밖에선 그걸 확실한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아무나 뇌영상을 찍어 주는 가게를 차려 뇌영상을 파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면서도 “하지만 뇌과학이 주는 혜택이 이런 우려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통역 김효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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