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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연연구기관 육성 등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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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입장 안 밝혀 실체 안갯속
연구자들 반발 반대집회 열어 이공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의 구조조정 논란이 무성한 가운데, 정작 정부는 관련 정책을 분명히 밝히지 않아 대전 출연연 연구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15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을 찾아가 두 기관의 통합을 비롯한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자 생명연 연구자와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통합 추진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일방적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비대위가 카이스트에 공개토론을 제안한 데 이어, 21일엔 전국공공연구조노조 생명연 지부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원정 집회를 열었다. 다른 출연연 연구자들도 생명연과 카이스트 통합 논의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조성재 출연연구기관연구발전협의회 회장(표준과학연구원 박사)은 “대전의 출연연들이 술렁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계획의 실체는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장순흥 카이스트 부총장은 “출연연과 대학의 연계 강화는 카이스트가 자체 판단해 자율적으로 제안했다”며 “또 통합은 협력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걸우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통합 논의는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정부가 현재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생명연-카이스트 통합 논의는 대학과 출연연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의 시범케이스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출연연 연구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카이스트와 생명연의 통합·협력 논의 말고도, △충남대와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자력연구원과 국가핵융합연구소 △수리과학연구원과 카이스트 고등과학원 등의 협력·통합 방안들이 폭넓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논의가 이공계 출연연들의 상위 기관인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와 무관하게 이뤄져 ‘법 따로, 현실 따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공계 출연연구기관 26곳은 두 연구회에 속해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설립·운영·육성법’은 연구회 이사회가 출연연의 신설이나 통합, 해산을 결정할 땐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사장들마저 정부의 일괄 사표 요구에 따라 사표를 냈고, 이사회는 출연연 구조조정 논의에서 사실상 빠져 있다. 조성재 출연연구기관연구발전협의회 회장은 “연구회 산하 출연연들의 문제에 연구회가 나서지 못하는 건 연구회의 독립성·자율성이 유명무실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구회가 중심에 서야 산하 연구기관들의 독립성도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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