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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입자가속기 안에서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가속하던 양성자들이 충돌하는 순간에 힉스 근본 입자 등이 생성되는 모습을 그린 가상도. (맨왼쪽) / 다음달 가동하는 거대강입자가속기는 스위스 제네바 부근 지하 터널에 둘레 27㎞의 초대형 규모(가운데 사진, 원 표시)로 건설됐다. 오른쪽 사진은 건설 중인 강입자가속기의 내부 장치 모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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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강입자가속기 내달 가동
20개국 물리학자들 21일까지 서울서 학회빅뱅직후 현상 연구 도움될 입자 발견 기대
4차원 시공간밖 고차원 존재 가능성에 관심 사상 최대의 입자가속기가 유럽에서 완공돼 다음달부터 우주 태초의 수수께끼를 풀 단서가 되는 새 입자들을 찾아나선다. 일부 이론물리학자들은 “코페르니쿠스혁명에 버금가는 우주관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잔뜩 기대한다. 스위스 제네바 부근에 세워진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바로 물리혁명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진원지다. 이 입자가속기의 가동을 앞두고 새 입자들의 발견을 기다리는 20여개국의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서울에 모였다. 고등과학원·한국물리학회 등의 주최로 16~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초대칭성과 기본 힘의 통일에 관한 국제학회’에 참석한 이론·실험물리학자들은 “강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발견될 입자들은 우주대폭발(빅뱅) 직후 10억분의 1초 무렵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입자가속기는 둘레가 27㎞나 되는 원주형 지하 터널 안에서 매우 강력한 초전도체를 이용해 양성자(수소핵)들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쏘아 가속하다가 거의 빛의 속도에 이르렀을 때 충돌시키는 실험 장치다. 양성자 충돌 순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일어나며 여러 수수께끼 같은 입자들이 순간적으로 만들어진다. 초대형 검출장치에 남겨진 이들의 2차 흔적을 역추적해 입자의 존재를 밝힌다. 역사적 발견을 기다리는 몇몇 후보 입자들이 있다. 태초에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했던 힉스 입자, 초끈이론과 암흑물질 등의 전제가 되는 초대칭 입자, 그리고 수소핵의 1만분의 1 규모인 미니 블랙홀의 생성을 관측하는 게 주된 실험 목표다. 이런 입자와 현상은 4차원 시공간 밖의 ‘또다른 차원’(여분 차원)의 영향 때문에 생긴다고 추정되기에, 이런 발견이 실제 이뤄지면 고차원의 존재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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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닐레스 교수 / 안드레이 린데 교수 / 무라야마 히토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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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히토시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양성자 충돌로 엄청난 고에너지가 생기면 원자 크기의 약 10억분의 1 가량에서 일어나는 ‘약력’ 작용까지도 볼 수 있다”며 “빅뱅 직후 10억분의 1초가 지났을 때의 태초 모습이 어떠했을지 보여주는 단서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학회에서 박성찬 서울대 박사는 미니 블랙홀의 생성 가능성에 관해 발표한다. 블랙홀은 본래 거대한 별이 매우 작은 몸집으로 수축할 때 생기지만, 강력한 입자 충돌 순간에 아주 작은 공간에 고에너지가 집적되면 초소형 블랙홀이 만들어지리라고 이론물리학계는 예측해 왔다. 그는 “미니 블랙홀은 4차원 시공간뿐 아니라 여분 차원의 정보들까지도 담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미니 블랙홀이 생성됐다가 곧 붕괴할 때 쏟아내는 여러 입자들을 관측하면 여분 차원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엔 국내 교수·학생 80여명도 참여한다. ‘시엠에스(CMS)실험그룹’의 한국 대표인 최영일 성균관대 교수는 “힉스 입자, 초대칭 입자, 미니 블랙홀, 여분 차원, 암흑물질 등 우주론과 입자물리학의 굵직한 이론·가설들의 검증이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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