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6 19:04
수정 : 2008.07.16 19:24
사이언스 “접촉 빈도 높아지고 관계 원만해져”
미국과학진흥회(AAAS)가 냈던 옛 과학잡지 <더 사이언티픽 먼슬리>의 1947년 5월호에 실린 글에서 한 필자는 과학자가 대중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언론이 어떻게 과학을 왜곡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했다. 난해한 수학 개념인 ‘힐베르트 공간’에 대한 연구로 큰 상을 받은 한 수학자가 기자한테 자신의 연구 내용을 찬찬히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기자는 “결국 신을 믿지 않으신다는 말인가요”라고 물었다. 다음날 아침 수학자는 신문에 실린 “수학의 마법사, 무신론을 증명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글쓴이는 “극단적 사례이지만 왜 과학자들이 기자들과 얘기하길 꺼리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대중매체에 대한 과학자들의 거리 두기와 불신은 뿌리 깊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의 이런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5개국 과학자 13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예전과 달리 과학자들이 미디어와 접촉하는 일이 더 잦아지고 더 원만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 논문이 실렸다. 유행병 학자와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설문에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과학자들은 예상보다 더 자주 언론과 만나며 언론 접촉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0%는 지난 3년 동안 다섯 차례 이상 언론과 접촉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언론 접촉이 자신의 과학활동(경력)에 끼치는 영향을 두고 응답자 46%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3%만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자신이 언론 보도에 등장했을 때의 느낌을 묻는 물음에선 응답자 57%가 “매우 흡족했다”고 말했으며, 6%만이 “매우 불만족했다”고 답했다. 언론 접촉의 동기로는, 10명 중 9명이 ‘연구활동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 태도 확산’, ‘일반 대중의 교양 지식 높이기’를 꼽았다.
하지만 대중매체에 대한 경계는 여전히 크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내 말이 부정확하게 인용될 위험”을 지적했으며 10명 중 8명은 “기자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국내에선 과학 보도에 대해 과학기술인이 느끼는 불만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료를 보면, 설문에 응한 140명의 국내 과학기술인은 과학 보도에 대해 소수만이 ‘매우 만족한다’(0%), ‘비교적 만족한다’(19.3%)고 답했고, 다수는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43.6%),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5.7%)고 답했다. 그 이유로 ‘과장이 많다’(34%), ‘정확하지 않다’(26.2%), ‘구체적이지 않다’(11.35%) 등을 꼽았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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