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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27㎞ 규모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달린 검출장치 가운데 하나인 ‘아틀라스’.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하던 양성자들이 서로 충돌할 때 생기는 입자들의 궤적을 검출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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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머신’ LHC의 도전
우주의 수수께끼를 푼다②
날아가고 있는 비행기의 위치를 표시하려면 몇 개의 좌표가 필요할까? 누구나 ‘셋’이라고 답할 것이다. 위도와 경도에다 비행기의 고도까지 더해 세 개의 숫자를 조합하면 좌표상에 비행기 위치를 나타낼 수 있다. 이렇게 세 개의 숫자를 써서 공간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이 ‘삼차원’ 공간으로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삼차원 공간에서 물체는 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 세계의 공간이 정말로 삼차원인지 오래 전부터 의심해 왔다. 1921년 테오도르 칼루자라는 독일 물리학자는 새로운 여분의 공간 차원을 하나 더 도입했을 때 중력과 전자기력이 ‘고차원 중력이론’으로 멋지게 통일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현재 중력에 대한 가장 정확한 양자역학적 이론으로 각광받는 ‘초끈이론’에 따르면, 여분 차원이 여섯 개나 일곱 개 더 있을 때 비로소 이론 내부의 모순이 없어진다. 이론적으로 여분 차원의 존재 가능성은 여러 가지 다른 맥락에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여분 차원이란 과연 무엇일까? 쉽게, 비행기 위치를 표시하는 또 하나의 좌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도, 경도, 고도 이외에 또 하나의 방향을 상상해 보자. 물론 삼차원 공간에 적응해 진화한 인간 인식구조의 한계로 인해 그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치를 표시하는 좌표가 세 개가 아니라 네 개 또는 더 많은 개수가 필요하다고 보는, 고차원 공간에 관한 기하학과 물리학은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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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찬 박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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