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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들은 보통 입자(표준모형 입자)가 아직 관측되지 않은 초대칭 입자와 ‘보이지 않는 짝’을 이루고 있어야만 여러 자연의 난제들도 설명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그림은 ‘초대칭 짝’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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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머신’ LHC의 도전
우주의 수수께끼를 푼다④
두 사람한테 서른두 자릿수의 숫자를 각자 마음대로 쓰도록 해보자. 두 숫자가 우연히 일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항간에 유행하는 말로 얘기하면, 로또 1등 당첨금을 타러 가다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사실 이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할 확률보다도 낮다). 만약 당신이 두 숫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를 실제로 본다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숫자를 쓴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담합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어쩌면 이런 식의 담합이 소립자들의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벌어질 실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소립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신의 입자’ 힉스를 발견하는 것이다. 힉스 입자 자신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100배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론적으로 힉스의 질량은 힉스 입자 자신과 진공에서 생성·소멸을 반복하는 여러 가상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각각의 가상 입자가 힉스 질량의 제곱값에 기여하는 크기가 양성자 질량의 제곱값의 약 1조배의 1조배의 1조배쯤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큰 숫자들이 적절히 더해지고 빼져 최종적으로 100의 제곱 정도 되는 작은 숫자를 만들어내야만, 원하는 힉스 입자의 질량값이 얻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임의로 쓴 서른두 자릿수의 두 숫자가 일치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두 숫자 사이에 모종의 특별한 관계가 없다면 말이다.
물리학자들은 ‘초대칭’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대칭성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표준모형 입자들에 대해, 전기 전하 등의 물리적 성질은 같지만 스핀(물질의 고유 성질을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각운동량의 단위를 갖는다)의 값은 1/2만큼 다른, 이른바 ‘초대칭 짝 입자’들이 도입된다. 예를 들어 스핀이 1/2인 전자의 초대칭 짝은 스핀이 0인 ‘초전자’다. 이렇게 초대칭 짝 입자들의 존재를 가정하면,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표준모형 입자의 기여와 그 초대칭 짝의 기여는 서로 (거의) 정확히 상쇄된다. 그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거대한 크기의 숫자들이 실제론 매우 작은 값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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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균 카이스트 연구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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