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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MP3 등에 사용되면서 각광 받고 있는 플래쉬(Flash) 메모리는 D램과는 달리, 전원이 꺼지더라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장점을 갖고는 있다. 하지만 차세대 반도체의 주역이 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동작 속도가 느리고, 데이터 읽기/쓰기 반복 횟수가 10만 회 정도에 불과한데다, 12V의 높은 작동 전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세대 메모리로 전망되는 F램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반도체다. F램은 전하를 저장하는 캐패시터에 강유전체를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현재 D램의 구조와 똑같다. 즉 고집적, 초소형의 D램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유전체는 전기를 흘려주면 자석처럼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극을 띄게 되는 화합물질인데, 양극은 1과 0이라는 디지털식 정보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F램은 D램과 같은 빠른 동작 속도와 3~5V의 낮은 동작 전압, 데이터 읽기/쓰기 반복 횟수 1조 회 이상 가능 등의 뛰어난 동작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전원을 제거하였을 때 데이터의 보존 기간이 10년 이상 되는데다, 플래시 메모리보다 10배 이상이나 빠른 속도로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어 '꿈의 반도체'라고 불리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최근 10여년 동안 미국의 Ramtron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전세계적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하나로 F램 개발에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왔다. F램에 쓰이는 강유전체 물질만 100여 종이 넘게 개발됐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F램이 실용화에 이르기 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무엇보다 그 동안 F램에 사용되는 강유전체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원래 강유전체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지만, 박막을 증착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결함들 때문에 전류가 흐르는 일종의 ‘길’이 생겨 누설 전류가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강유전체의 박막 두께를 얼마까지 얇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며, 2003년 과학잡지 ‘네이처’에 이론적으로는 ‘2.4나노미터(nm)까지’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실험적으로 이를 검증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대 기능집적형산화물복합구조연구단의 노태원 교수팀이 금속물질인 배리움(Beryllium)과 타이타니움(Titanium) 에 산소를 화합해 5나노미터 (nm, 10억분의 5미터) 두께에서도 전기적 성질을 가지는 강유전체를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보편적으로 쓰이는 강유전체 박막의 두께는 약 100나노미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두께를 5나노미터 까지 낮춘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기술이 실제로 반도체 개발에 적용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F램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박막의 강유전체 물질을 만들었다고 해서, F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상업화로 가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실리콘 집적회로와 호환 가능한 박막 성장 기술, 식각 및 회로 설계 기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초,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가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이을 차세대 메모리의 하나로 F램 메모리를 선정한 상태에서 노교수팀이 이러한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에 대한 저변이 넓어진다면, D램과 플래시 메모리에서 쌓은 반도체 최강국의 지위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주 1 강유전체(ferroelectrics) : 전장(電場)을 가하지 아니하여도 자연의 상태로 이미 분극(分極)을 일으키고 표면 상의 전하(電荷)가 일어나는 물질.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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