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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5 08:37 수정 : 2008.09.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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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대논쟁’ 학술대회
미 연구자들 “국제천문연맹 기준 불합리”
공 모양·깨긋한 궤도 조건 모호해 논란

‘누가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누릴 자격을 갖췄는가?’

무수한 태양계 천체들 가운데 어떤 것을 행성으로 부를지 그 자격 기준을 둘러싼 과학 논쟁이 미국 행성·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재연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의 태양계 탐사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행성과학연구소(PSI)가 지난달 미국 천문·행성학계 유력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성 대논쟁’이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연 데 이어, 최근엔 자료를 내어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정한 행성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나섰다.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은 태양계 바깥쪽인 명왕성 부근에서 ‘행성급’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돼 행성의 수가 계속 늘어날 상황을 맞자 과학 토론을 벌인 끝에 행성을 새로 정의하는 결의안을 표결로 처리했으며, 이 기준에 따라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해 ‘왜소행성’으로 분류했다. 1929년 명왕성을 발견한 나라인 미국의 몇몇 과학자들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다.

이후 잠잠해진 행성 논쟁이 다시 불거진 데엔 천문연맹이 정한 행성의 기준에 모호한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천문연맹은 “△태양 둘레를 공전하고(위성 제외), △중력 때문에 공 모양을 이룰 만큼 충분한 질량을 지니며 △(궤도 주변의 크고작은 천체들을 퉁겨내거나 빨아들일 만큼) 중력으로 자기 궤도 주변을 깨끗이 쓸어버리는 천체”를 행성으로 정의한다고 규정했다. 첫째와 둘째 조건엔 맞지만 셋째 조건엔 맞지 않는 천체는 ‘왜소행성’으로 따로 부르기로 했다. 이로써, 2006년 이후 태양계 천체는 ‘행성’과 ‘왜소행성’, 그리고 그밖의 ‘소천체’로 재편됐다.

문제는 셋째 조건에 있었다. 태양계 바깥쪽에 ‘카이퍼 벨트’로 불리는 우주 공간엔 크고작은 천체들이 무더기로 몰려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새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공 모양을 하고 있다 해도, 이곳엔 크고작은 천체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깨끗한 궤도’를 요구하는 셋째 조건에 맞출 수 없어 행성의 지위를 얻기 힘들게 됐다.

실제로, 이런 행성 기준이 정해진 뒤 셋째 조건에 걸려 그 동안 판정 보류에 놓여 있던 이곳의 천체들이 잇따라 왜소행성으로 분류돼 명명됐다. 덩달아 명왕성도 왜소행성이 됐다. 2006년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세레스(1801년 발견)와 함께, 카이퍼 벨트에 있는 명왕성과 에리스(2003년 발견)가 왜소행성이 됐으며, 지난 7월엔 명왕성 절반 크기의 천체인 마케마케가, 이달 21일엔 달걀 모양의 천체인 하우메아가 왜소행성에 추가됐다.

‘행성 대논쟁’ 학술대회에서 미국 과학자들은 이런 분류 방식이 과학적 기준에는 미흡하다며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행성과학연구소와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APL)의 누리집 자료를 보면, 나사의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 책임자인 앨런 스턴 박사는 “무엇이 행성인지 과학계에선 아직도 이견이 많다”며 행성 논쟁이 현재진행형임을 분명히했고, 나사 행성과학자 잭 리소어 박사는 “천문연맹은 공 모양을 행성의 기준으로 삼지만 사실 분명한 공 모양을 판가름할 기준은 없다”고 비판했다. 윌리엄 매키넌 워싱턴대 교수는 “행성이란 말에는 투표로 결정할 수 없는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006년 천문연맹 토론에 참여했던 최영준 박사(한국천문연구원 근지구천체연구그룹)는 “천문연맹 과학자들의 선택은 최선이었지만 고대 이래 익숙한 이름인 ‘행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자마자 ‘무엇이 진짜 행성인지’ 우리가 아는 바가 많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며 “행성 논쟁을 쟁점으로 만듦으로써 미국이 추진하는 명왕성 등 탐사 프로젝트가 행성의 과학적 기준을 밝히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부각하려는 미국 쪽의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사는 2006년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 호’를 발사했으며, 지난해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왜소행성 세레스 등을 탐사하는 ‘돈 호’를 발사한 바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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