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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가 얼음을 깨뜨리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게중심이 앞 쪽에 오도록 설계하는 것은 상식. 따라서 뱃머리는 아주 두꺼운 강철판으로 대단히 무겁게 만들며 선실도 주로 앞쪽에 배치된다. 그런데 배가 빙판 위로 너무 올라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칫하면 얼음판 위에 좌초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뱃머리 아래에는 쇄빙선이 얼음판 위로 완전히 올라설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달려있다. 쇄빙선은 다른 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므로 뱃머리가 넓지만 배 꼬리는 반대로 날렵하다. 이것은 깨어진 얼음 조각이 프로펠러에 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프로펠러는 덕트(Duct : 공기나 기타 유체가 흐르는 통로 및 구조물) 안에 집어넣어 보호되는데, 원형 덕트는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추력(Thrust : 프로펠러의 회전 또는 가스분사의 반동에 의하여 생기는 추진력)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 쇄빙선은 옆면도 특수하게 설계된다. 얼음과 배의 몸체 사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이나 공기를 분사하는 장치가 있다. 하지만 얼음에 의한 압력을 피할 수는 없는데, 이를 위해 얼음과 부딪히게 되는 부분을 특별히 튼튼하게 만든다. 그리고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여 기름 탱크와 같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은 모두 2중으로 설계된다. 쇄빙선이 편편한 빙판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얼음이 겹쳐 쌓인 두꺼운 주1빙맥(Ice Ridge)을 만나기도 한다. 이때 빙맥이 쉽게 깨지지 않기 때문에 전진과 후진을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깨뜨린다. 그리고 쇄빙선은 낮은 속도에서도 높은 출력을 가져야 하므로 강력한 엔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강력한 엔진도 너무 뜨거워지면 작동을 못한다. 따라서 적정한 온도로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냉각수가 쓰인다. 그런데 쇄빙선이 활약하는 곳은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다. 때문에 쇄빙선에는 냉각수가 얼지 않도록 열을 가하는 장치 또한 필요하다. 남극에는 현재 한국의 세종기지를 비롯하여 모두 18개 국가의 연구기지가 있다. 각국은 쇄빙선을 활용해 보급물자를 운송할 뿐만 아니라, 극지의 지하자원과 생물자원을 연구하고 3차원 지형을 알아내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18개국 가운데 오직 우리나라만 쇄빙선이 없어서 보급과 연구에 많은 애를 먹곤 하였다. 그런데 마침내 우리나라도 쇄빙선을 건조한다고 한다. 1천억 원의 예산으로 건조되는 우리 쇄빙선은 6천 9백 ~ 1만 톤급으로서 길이가 90여 미터이며 4천 마력짜리 엔진 두 대를 갖추어 한 번에 1미터 두께의 얼음을 뚫고 갈 수 있다. 또 단순한 쇄빙선이 아니라 첨단 연구 장비를 갖추고 선원 25명과 연구원 4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종합해양과학조사선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첫 쇄빙선은 2008년 8월에 시험 운항한 뒤 10월에 남극으로 처녀항해를 떠날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 배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질지 꽤 궁금하다. 배의 이름이 무엇이든 첫 항해가 이루어지는 그날, 우리는 우리 쇄빙선을 뒤따르는 범고래 떼를 보며 가장 차가운 남극 바다에서 가장 따뜻했던 사람 세종기지 대원 고 전재규 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글 : 이정모-과학 칼럼니스트) 주 1 빙맥(Ice Ridge) : 빙판은 바람과 조류에 의해 균열이 생겨 깨어지며, 파괴된 얼음조각들은 서로 겹쳐져서 두꺼운 빙맥(Ice Ridge)을 만든다. 빙맥의 수면 위 부분을 ‘sail’이라 부르고 수면아래 부분을 ‘keel’이라 부르는데 sail 높이와 keel 깊이의 비는 대략 1 : 4 정도로 알려져 있고 빙맥의 두께는 40여m에 이르는 것도 관측된다. 빙맥의 존재는 육안판별이 쉽지않아 해양구조물의 활동이나 선박의 안전항해에 가장 큰 위험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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