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0 20:17
수정 : 2009.03.10 20:17
김종영 교수 심층면접 논문
“그들만의 비정상 심리 아냐”
이른바 ‘황빠’는 왜 연구 부정이 드러난 한 과학자를 이토록 열광적으로 지지할까? 그동안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를 지지하는 황빠 현상을 ‘비정상의 심리 상태’라는 틀로 바라보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심리 분석을 비판하며, 황빠 현상을 과학기술자 사회, 정부, 언론의 여러 문제들과 이에 대한 불신의 산물로 보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분석은 과학사회학자가 1년 반 동안 황빠 모임에 직접 참여해 관찰하고 심층 면접을 해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대중의 과학 이해>(PUS) 온라인판에 발표한 ‘과학에 대한 대중의 감성: 황우석 사태와 황우석 지지자들’ 제목의 논문에서 황빠 현상을 비정상의 집단심리로 보는 데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들이 모여 빚어낸 현상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그동안 황빠 현상에 대해선 은행강도 사건 때 인질이 강도를 비난하기보다 두둔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이나, 밝혀진 사실을 거부하고 민족주의와 ‘민족 영웅’에 매달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지 부조화’의 집단 심리라는 분석들이 주로 제시돼 왔다.
김 교수는 황우석 지지 모임 안에서 관찰해 보니 오히려 우리 사회에 이미 있는 뿌리깊은 민족주의나 줄기세포의 미래에 대한 열망, 애국주의 같은 모습들이 황빠 모임에서도 매우 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고 보았다. 여기에다 정부와 언론, 과학계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겹쳐 여러 음모론들이 만들어졌다. 김 교수는 “황우석 사태가 터지기 전엔 정부와 언론이 배아 줄기세포가 가져다줄 엄청난 장밋빛 희망을 부풀리더니 한순간에 매도의 태도로 돌변한 상황을 황우석 지지자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도는 다르지만 생명공학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감성과 기대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황우석 지지자들의 주장엔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황빠 현상을 ‘그들만의 비정상 심리’로 본다면 이런 현상을 빚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반성하는 데 아무 도움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빠는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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