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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연세대 교수(생화학·게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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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 연구 활발
“생명 현상은 유전자와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
김영준 교수팀 논문 발표…조절물질 기능 주목
생로병사의 모든 생명 현상은 30억쌍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에 담긴 유전 정보 그대로 일어날까? 살면서 겪는 환경의 차이가 유전 정보를 다르게 발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후성유전학’이 유전자 결정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로 성장중이다. 후성유전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 무얼 먹느냐, 어떤 습관을 지니느냐에 따라 우리 몸의 디엔에이가 바뀌진 않더라도 그 유전 정보를 사용하는 방식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성유전’ 개념은 1940년대에 처음 생겼지만 분자생물학에서 실증 연구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 김영준(사진) 연세대 교수(생화학·게놈연구소장)를 만나 이 분야의 연구 성과와 의미를 들어보았다. 김 교수는 “생명 현상과 개인 질병의 원인은 디엔에이 염기서열이라는 1차원 정보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며 “살면서 얻는 환경의 후천적 영향이 디엔에이와 유전자의 작동 ‘방식’을 바꾼다는 여러 증거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도 지난해에 이어 이달 초 후성유전 물질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에 발표했다.
똑같은 유전 정보라 해도 그 사용법을 바꾸는 후성유전 조절 물질로는 ‘메틸기’(-CH₃) 같은 생화학 물질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 년 새 이런 물질의 새로운 작용이 밝혀졌다.
메틸기는 디엔에이 같은 유전 정보 물질에 잘 달라붙는 흔한 분자다. 그런데 디엔에이 어디에 어떻게 달라붙느냐, 또 디엔에이를 실처럼 칭칭 감아두는 히스톤 단백질에 어떤 모양으로 달라붙느냐에 따라 메틸기가 붙은 유전자가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경과 음식, 생활습관에 따라 우리 몸에서 후성유전 물질의 쓰임새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어떤 유전자는 더 강하게 작동하고 어떤 유전자는 억제되지요. 놀라운 사실은 메틸기의 조절 패턴이 어떤 경우엔 후손한테도 ‘유전’된다는 점입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잘 먹지 못해 키가 작은 세대의 다음 후손들이 풍족히 먹으며 자라도 성장이 더뎠다는 조사 결과는 후성유전의 사례 가운데 하나다. 그는 “하지만 메틸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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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두 가지 후성유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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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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