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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건축 바람 든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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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신문을 보던 건축씨의 푸념을 들은 회사 동료는 궁금하기만 하다. 요즘 신문기사야 다 경제가 어렵다느니… 뭐, 그런 류 일터. 별다른 기사라도 난 걸까? 건축씨가 보고 있는 신문을 흘끔 쳐다본다. 아니나 다를까 경제면이다. 뻔한 경제위기 타령이겠거니 하면서도 자못 궁금한 동료는 시큰둥해하며 묻는다. “자네가 뭐 경제 전문가라도 된다는 거야? 경제가 어려울 줄 알았다는 표정인 걸?” 그러나 건축씨는 기세등등하다. “암, 건물높이 지수(erection index)를 알면 경제가 보이는 법이거든.” “건물 높이와 경제가 관계가 있다는 건가?”“건물높이 지수란 최고층 건물이 지어진 후 주가가 곤두박질친다는 내용이야. 자, 예를 들어 보면 197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이듬해 시카고 시어즈 타워를 지은 직후 미국은 경제공황이 찾아왔고, 1997년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에 세계 최고층 건물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지은 뒤 외환위기를 맞았지. 나는 두바이에 건설되는 부르즈 두바이가 타이페이 101을 제치고 마천루 경쟁을 벌일 때부터 실은 좀 직감을 했어. 그런데 사실 건물 높이지수가 공식적인 경제용어도 아닌데다가, ‘설마 건축물의 높이경쟁이 세계경제를 진짜로 위협할까?’라고 반신반의하고 있었거든.” 건축씨의 말이 끝나자 동료는 속으로 ‘음… 혹시 마천루가 말이야 마치 주사바늘 같잖아. 마구 하늘을 찔러대니 하늘이 노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의 정적을 깨듯, 건축씨는 말했다. “그렇지만 건물높이지수가 경제와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지. 일단 건물이 높아지면 바람의 속도에 의한 건축물의 외피에서의 열 손실이 대단하니, 그만큼 화석 연료도 많이 사용하여야 하고, 결국 경제뿐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도 유발하게 되지.” 건축씨의 말에 동감이 가는 듯 동료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자넨 고층건물을 지어선 안 된다는 건가?” “아니지, 고층건물의 바람이 스트레스(stressed)라면 이를 디저트(desserts)로 만들어야 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야 없지 않은가! 바람을 디자인해야지. 바람은 태양 에너지만큼이나 우리에게 주어진 천혜의 에너지원이거든.” “자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를 말하는 건가? 그건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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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바필드가 설계한 스카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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