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7 21:03
수정 : 2009.04.0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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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홍길 포스텍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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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공개 온라인 학술지 창간
‘아이비시’ 편집장 남홍길 교수
‘지식의 공개와 공유’를 내건 색다른 과학 학술지가 국내에서 처음 창간됐다.
한국생물정보시스템생물학회와 국가핵심연구센터협의회,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는 최근 “온라인으로 발간되는 영문의 국제 학술지 <아이비시>(ibc7.org)를 창간해 기존 학술지와 달리 참여·개방·공유의 정신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융합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로, 구독료 없이 누구나 과학 논문에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공개 접근(오픈 액세스)’을 표방한 과학저널이다. 그동안 세계 과학계에선 논문 저작권을 지닌 <네이처>, <사이언스> 등 출판사들의 값비싼 구독료 정책에 반대해, 과학 논문을 공개·공유하자는 학술운동이 이어져 왔으며 그 영향으로 <플로스>(PLoS.org) 같은 이름난 국제 학술지들이 몇몇 창간됐으나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편집장을 맡은 남홍길 포스텍 교수(생명과학·사진)는 7일 “과학 지식은 인류가 나눠야 할 자산”이라며 “인터넷 발전으로 참여와 정보 공유의 세상이 됐듯이, 과학 지식도 소수 과학자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저널을 창간했다”고 말했다. ‘웹 2.0’의 참여·개방·공유를 구현하는 ‘과학저널 2.0’인 셈이다. 편집진엔 노벨상 심사위원인 올로프 베리그렌 박사(명예위원) 등 외국인 과학자 6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참여했다.
저널 운영에도 기존 학술지에서 보기 드문 시도들이 이뤄진다. 먼저 기존 학술지들이 성공한 연구 결과만을 주로 전하는 데 견줘, 이 저널은 “애초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한, 이른바 ‘부정적 연구’도 논문으로 적극 실을 계획”이다. 남 교수는 “예상에서 빗나간 연구라 해도 남들한테 새로운 통찰이나 생각을 전해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논문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 현장에선 갖가지 경험과 지식, 생각을 얻곤 하는데, 기존 논문들엔 형식에 얽매인 내용만 담게 된다”며 “연구 현장의 소중한 경험과 지식이 전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 자유 형식의 논문도 적극 장려해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논문들에다 회원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댓글을 달아 평가하도록 한 ‘공개 심사’를 도입한 점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런 ‘형식 파괴’는 과학계에서 보기 드문 시도라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국제 학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신선한 시도가 되리라고 편집위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남 교수는 “공유·공개 저널들이 더 늘어나 비싼 과학저널을 구독하는 데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연구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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