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수소저장법에 관한 독특하고도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팀이 수소 분자를 얼음 입자 속에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밝혀내는 데 성공한 것인데, 관련 논문은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의 '주목해야 할 논문‘으로 실린 바 있다. 이 연구팀은 0℃ 도 부근에서 수소 분자가 얼음 입자 안에 만들어진 미세한 공간에 저장될 수 있다는 전혀 새로운 자연현상을 규명했는데, 순수한 물에 ‘테트라히드로푸란’이라는 유기물을 미량 첨가하여 얼음 입자를 만들었더니 무수히 많은 나노 크기의 축구공 같은 공간이 생기면서 수소가 안정적으로 저장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수소저장 해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구팀이 영상 3-4도의 온도에서 수소가 저장되고,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얼음 입자가 상온에서 물로 변할 때 저장된 수소가 자연적으로 방출된다는 것도 아울러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소의 저장과 방출이 짧은 시간 내에 단순한 과정을 통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수소의 활용 및 순환 시스템을 갖추는 데 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일 수도 있다. 저장매체로 쓰는 얼음은 물을 얼리면 만들어지므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가 있고, 거대한 얼음 창고와 같은 공간에 수소를 대규모로 저장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앞으로 실용화 연구를 진전시키면, 수소 자동차나 수소 연료전지 등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얼음 수소’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음 대비 저장되는 수소의 비율을 높이는 문제이다. 현행 가솔린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감안할 경우, 미국 에너지성이 밝힌 기준에 따르면, 수소 저장률이 최소한 6% 이상 되어야 실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경제성을 좀 더 확보하려면 저장률이 10%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수소에너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또한 얼음 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가 나오려면, 기존의 수소 자동차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는 다른 새로운 매커니즘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얼음 입자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수소의 비율은 4% 수준으로, 연구 팀은 얼음 내부의 공간을 넓히는 방법 등 수소 저장률을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얼음 수소라는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의 실용화 연구가 앞으로 큰 진전을 이루어서, 얼음을 넣고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주유소나 LPG 충전소 대신 얼음 창고를 갖춘 ‘수소 충전소’에서 연료를 보충할 수 있게 되길,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도 수소 경제 시대의 원천기술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글: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