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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가 남긴 선물, ‘라마누잔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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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을 맡은 영화 ‘굿 윌 헌팅’은 그해 아카데미 영화상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서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속 맷 데이먼이 분한 윌 헌팅은 우연한 기회에 MIT에 청소부로 고용된다.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하던 그는 복도 칠판에 출제된 수학문제를 맞춘다. 이 문제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인 제랄드 램보 교수가 낸 문제였다. 윌 헌팅의 존재를 알게 된 교수는 말한다. “제 2의 라마누잔이 나타났다.” 영화 속 맷 데이먼의 모습을 인도 오지에서 온 청년으로 바꾸어 상상해보라. 그것이 바로 20세기가 낳은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이다. 라마누잔은 1887년 인도 마드라스 근방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성직자인 브라만 계급이었으나 가난 때문에 그는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수에 재능을 보였고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했다.라마누잔은 15세 때 ‘순수수학의 기초결과 개요’라는 책을 접하고 노트에 이 책의 정리들을 혼자서 증명해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 노트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수학 외에는 어떤 과목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수학만을 연구하기를 바랐지만, 정규 대학을 마치지 못한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마드라스 우체국 회계과에서 근무하면서 혼자 수학 연구를 계속했다. 100여 개의 정리가 담긴 그의 노트는 영국의 여러 수학자에게 보내졌지만 대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당시 35세로 이미 저명한 수학자였던 하디(G. H. Hardy)는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봤다. 하디를 사로잡은 ‘라마누잔의 정리’ 중에는 1+2+3+4+5+…=-1/12라는 공식이 있었다. 하디는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공식이 리만제타함수의 응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디는 라마누잔을 영국으로 초청했다. 라마누잔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자리를 잡고 그토록 원하던 수학만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되었다. 인도인으로는 최초로 영국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가 남긴 이 라마누잔의 정리는 현대과학의 주요 테마인 소립자물리학, 통계 역학, 컴퓨터 과학, 암호 해독학, 우주 과학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라마누잔의 천재적인 수 감각은 그가 병석에 누웠을 때의 일화로도 전해져 온다. 병문안을 온 하디가 자신이 타고 온 택시 번호가 1729라고 말하자, 라마누잔은 1729는 두 개의 세제곱 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둘인 수 중 최소의 수라며 반색한다. (1729=103³+93³=123³+13³) 하지만 세상은 이 특별한 천재에게 세속적인 성공의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영국의 추운 기후와 1차 대전으로 인한 열악한 식량상황 속에서 종교적 수행과 엄격한 채식을 고수했던 라마누잔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결국 1920년, 인도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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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라마누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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