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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야 어뢰야? 진화하는 바닷속 전쟁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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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2007년 말 진수된 군함 ‘세종대왕함’에는 늘 세계최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뛰어난 화력도 한 몫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압도적인 성능의 ‘이지스 레이더’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의 이지스 시스템은 반경 1,000km 밖에 있는 비행기 900여 대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고, 적의 탄도미사일 궤적까지 탐지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 레이더를 활용하면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 바꾼 전투를 벌일 수 있는데, 부산 앞바다에서 일본 후쿠오카 인근에 떠 있는 비행기나 군함을 명중시킬 수 있고, 울릉도 앞바다에서 평양에 있는 빌딩 하나를 선택해서 타격할 수 있다. 100대가 넘는 전투기가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맞상대 할 수 있을 정도니 사실상 두려울 것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군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런 세종대왕함도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는데, “잠수함과 싸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레이더도 전파가 통용되지 않는 물속에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바닷속에서 살금살금 다가온 잠수함의 어뢰 1발에 격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국군도 약점을 내버려 둔 채 두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이런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00억 원을 들여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 냈다. 이 무기에는 ‘홍상어’ 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로켓’의 일종으로 최고의 잠수함 공격성능을 갖추고 있다. 국군은 앞으로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한국형 군함에 장착해 운용할 예정이다.로켓은 연소 추진력을 얻어 하늘을 날아가는 물체를 뜻한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미사일 같은 무기는 만들 수 있겠지만, 물속을 공격하긴 어렵다. 어떻게 해서 잠수함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일까? 답은 ‘변신기능’에 있다. 이 신무기는 분명한 로켓이지만 한 편으로는 바닷속을 헤엄쳐 적을 공격하는 ‘어뢰’이기도 하다. 이런 무기를 ‘대잠로켓’ 이라고 하는데, 미군에선 아스록(ASROC: Anti Submarine ROCket)이라고 부르며 현재 실전에 배치한 것도 미군이 유일하다. 다만 일본이 지난 해 유사한 형태의 무기를 개발해 실전배치를 준비 중이다. ADD는 홍상어를 개발하기 이전에도 두 종류의 최신형 어뢰를 개발했다. 아군 잠수함에서 사용하며 적의 군함이나 잠수함을 공격할 때 쓰는, 파괴력이 높은 중어뢰 ‘백상어’와 헬리콥터나 군함에서 물속으로 쏘아 넣어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가볍고 날렵한 경어뢰 ‘청상어’가 그것이다. 두 가지 어뢰 모두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지만 어뢰라는 무기의 단점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어뢰는 바닷속을 헤엄쳐 가야 하니 공격속도가 50노트(1노트는 약 시속 1.8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달리고 있는 자동차보다 느리다. 적이 어뢰를 발사했다는 사실만 일찍 눈치 챈다면 배나 잠수함을 돌려 회피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전쟁영화에 군함이나 잠수함 승무원들이 어뢰를 피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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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순양함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홍상어. 홍상어는 군함 갑판에서 수직으로 발사된 뒤 적 잠수함 가까운 곳으로 날아든다. 사진제공 국방과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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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어의 운영 개념도. 하늘을 날아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홍상어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 제공 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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