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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간의 수면에 대한 실마리가 이제 풀릴 것 같다. 최근 미국에서 인간과 유전구조가 비슷한 초파리로부터 수면시간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미국 위스콘신 대학 의과대학의 키아라 치렐리 박사는 초파리의 ‘셰이커(Shaker)’라는 유전자가 변이 되면 초파리의 하루 수면 시간인 6-12시간의 30%만 수면을 취해도 신체기능 손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지난 4년간 9천 마리의 초파리를 조사했는데, 보통 수면시간의 3분의 1만 자고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한 종류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 초파리의 유전자를 정상인 초파리 유전자와 비교 분석했는데, 셰이커 유전자의 아미노산 하나가 변이 되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치렐리 박사는 정상 초파리의 경우, 셰이커 유전자는 칼륨이 세포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절하는 ‘이온통로(Ion Channel)’를 만들어 내지만 이 유전자가 변이 되면 세포막에 이온통로가 형성되지 않아 칼륨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치렐리 박사의 연구가 이번에 주목을 끄는 것은 사람에게도 초파리의 ‘셰이커’ 유전자와 유사한 유전자가 있다는 점이다. 즉 사람도 셰이커와 똑같은 역할을 하는 유전자와 칼륨통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셰이커 유전자의 기능과 변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조만간 인간 뇌의 칼륨통로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치료물질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신희섭 박사팀이 ‘T-타입 칼슘 채널’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NCX-2)가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델타파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이은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신희섭 박사팀의 ‘T-타입 칼슘 채널’에 관한 연구나 초파리의 ‘셰이커’ 유전자에 대한 치렐리 박사의 연구가 더 깊이 진행되면, 조만간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했던 사람들에게는 짧은 시간 숙면을 취하고도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묘책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무작정 잠을 줄일 수 있으라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짧은 수면을 취하는 초파리들은 수면시간이 정상인 보통 초파리들만큼 수명이 길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아직까지 우리의 몸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무리해서 잠자는 시간을 줄이기 보다는 ‘개운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적당하게 잠을 자는 것이 좋은 것이다. 즉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체크 해가며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적정한 수면시간을 찾는 게 가장 좋다는 이야기다. (글: 유상연 – 과학 칼럼니스트) 주 1 서파(徐波) : 뇌파 중에서 성인의 우위주파수인 알파파 8~13헤르츠 보다 느린 주파수. 서파에는 4~8헤르츠의 시타파와 0.5~4헤르츠의 델타파가 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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