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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노벨 생리의학상, 텔로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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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1918년 노인 같은 외모를 가진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벤자민의 괴상한 외모에 놀란 아버지는 그를 낳다가 아내마저 목숨을 잃자 ‘노인 아이’를 도시의 한 양로원 앞에 버립니다. 열두 해가 지난 어느 날, 60대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벤자민은 할머니를 찾으러 양로원에 온 6살 꼬마 데이지를 만납니다. 수차례 만나고 헤어진 뒤 벤자민과 데이지는 함께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벤자민은 날로 어려지고 데이지는 늙어만 갑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가 돼 죽음을 맞는다는 상상력으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늙는 것일까요. 답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 ‘텔로미어’에 있습니다. 사람의 체세포는 46개 염색체(상염색체 44개+성염색체 2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각각 23개씩 받죠. 염색체는 유전정보 DNA를 담고 있고, DNA는 다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염기로 구성됩니다.문제는 이들 네 가지 염기만 있을 경우 염색체가 온전하게 복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ATGCGGTAG라는 DNA가 염색체에 담겨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DNA 복제효소가 각 염기를 지나며 A→G 방향으로 복제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복제는 끝에 있는 G염기 앞에 있는 A염기까지만 진행됩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염기가 없어 효소가 G염기를 지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G염기를 복제하려면 해당 염기 뒤에 또 다른 염기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염색체의 가장 마지막에 있으면서 온전한 복제를 도와주는 부분이 ‘텔로미어(telomere)’입니다. 텔로미어는 ‘끝’을 뜻하는 그리스어 ‘telos’와 ‘부위’를 가리키는 ‘meros’의 합성어로 DNA 양 끝에 붙어있는 반복 염기서열(TTAGGG)을 말합니다. 다시 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DNA는 AATGCGGTAG에 텔로미어가 붙어 AATGCGGTAG-TTAGGG-TTAGGG-TTAGGG-TTAGGG로 이뤄졌습니다. 덕분에 필요한 마지막 염기까지 온전히 복제할 수 있습니다. 세포분열(DNA 복제)이 한 번, 두 번 반복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집니다. 텔로미어라 해도 마지막 염기가 복제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언론에서 ‘세포가 분열할수록 텔로미어가 짧아진다’고 말하는 의미입니다. 물론 세포의 생존이나 활동에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사람 체세포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보통 5~10kb(1kb는 DNA 염기 1000개 길이)이고,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50~200bp(1bp는 1염기 길이)만큼 짧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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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노란색 부분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위치하며 염색체의 완전한 복제를 돕는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세포 차원에서 더 늙게 된다는 뜻이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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