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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율 낮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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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최근 57세 남성이 8살 여자 어린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해 신체 일부를 훼손시킨 일명 ‘조두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법원은 조씨에게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국민의 여론은 “형량이 가볍다”는 쪽으로 기울며 인터넷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연 성범죄자의 구형을 늘리면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까. “개를 묶어 두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감금효과에 대해 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성폭행범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미쳐 날뛰는 개를 목줄로 묶으면 당장은 조용해지지만 목줄이 풀리는 순간 개는 다시 날뛸 것이다. 성폭행범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죄를 짓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감금은 범행 동기를 없앨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처럼 구속은 성범죄를 늦출 뿐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화학적 거세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폴란드 의회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키는 법안이 통과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율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남성의 음경이나 고환을 제거하는 외과적 거세는 성범죄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화학적 거세가 일반적이다. 1996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를 시작으로 루이지애나, 몬타나, 위스콘신, 조지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10여개 주와 캐나다에서 화학적 거세가 실시되고 있다.화학적 거세란 몸에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에스트로다이올과 같은 여성호르몬을 주입해 성욕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캐나다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데포 프로베라’(Depo Provera)와 ‘CPA’(Cyproterone Acetate)라는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사한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개발한 이 호르몬제는 원래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됐지만 남성에게 주사하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춰 주기 때문에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 현대판 내시를 만드는 형벌인 셈이다. 캐나다 교정국은 “화학적 거세는 장기적으로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2006년 3월 대한비뇨기과개원의 협의회가 실시한 ‘화학적 거세 도입에 관한 찬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 74명 가운데 화학적 거세에 반대한 의사는 3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43명(57%)이 호르몬 조절을 통한 성욕 억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성욕 억제는 성폭행 재범을 막는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이유가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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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범죄자들의 성충동을 억제시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화학적 거세’가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해 성 기능을 감퇴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위쪽 화학식은 테스토스테론의 분자구조. 사진 제공.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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