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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제약사업을?… ‘바이오시밀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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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TV, 휴대전화 잘 만드는 걸로 유명한 삼성전자가 난데없이 ‘약을 만들어 팔겠다’고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복제 바이오의약품을 뜻하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분야에 5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염두에 두고, 신약시장의 중심이 바이오의약품으로 옮겨갈 것을 내다본 것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계획에 대한 국내 바이오업계의 시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진출하면 수많은 바이오벤처기업들이 겪었던 국내 시장규모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주요 단백질, 항체 바이오의약품의 원본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잡지 못했지만 이들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정부도 바이오시밀러에 전폭적인 지원을 펴고 있어 삼성전자로서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지난 11월에는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직접 짓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대신 소개해 주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에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바이오의약 주식시장은 요동을 쳤다. 도대체 바이오시밀러가 뭐길래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투자를 결정하고, 지식경제부 장관이 직접 이 사업에 관심을 표명하는 것일까.우리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의약품은 크게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뉜다. 합성의약품은 화학물질을,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생물에서 뽑아낸 물질을 재료로 약을 만든다. 둘 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복제약이 각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가 만료된 합성의약품을 분석해 이것과 꼭 같이 만든 약물을 ‘제네릭’(Generic) 의약품이라고 부른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하면 ‘바이오제네릭’(Bio-generic) 의약품이라고 한다. 바이오시밀러는 두 번째 경우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을 뜻하는데, 바이오의약품의 특성 때문에 새로 생겨난 개념이다. 이미 만들어진 약을 복제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제네릭 의약품과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바이오제네릭 의약품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제조과정과 허가절차가 다른 것이다. 합성의약품은 합성물질이나 제조방법을 원래의 제품과 다르게 하더라도 최종 결과물만 같으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제네릭 의약품은 임상시험 없이 약식 허가만으로 개발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오의약품은 ‘공정’이 제품을 만든다. 바이오의약품은 제조과정에 따라 최종 산물이 다를 수 있고, 심지어는 동일한 제조과정을 거쳐도 누가 언제 만들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또 바이오의약품은 대장균이나 효모, 동물 세포 등 살아있는 세포에서 단백질을 뽑아내고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설비와 방법 면에서 합성의약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과 완전히 동일한 약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바이오제네릭 의약품은 임상 시험을 통해 ‘원래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함’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 동일한 뜻으로 ‘제네릭’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바이오제네릭은 후속 바이오의약품(Follow-On Biologics, FOB)이나 바이오시밀러라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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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대거 만료되는 2012~2019년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의 특성을 잘 파악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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