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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 수사로 미제 사건을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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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2006년 4월 12일 새벽, 서울 강변북로의 원효대교 부근. 회사원 A(47)씨가 차에 치어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목격자 10여 명을 찾았지만, 이들은 어두운 밤에 고속으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목격했기 때문에 뺑소니 차량에 대해 어떤 사실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사고 현장 부근의 CCTV 녹화 테이프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보름이 지나도록 수사에 진전이 없자 경찰은 목격자 중에 가해차량 번호를 일부 흐릿하게 기억하는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최면수사를 실시했다. 그녀는 최면 상태에서 차량 번호 4자리와 차종, 색상 등의 특징을 정확히 기억해 냈다. 경찰은 해당번호로 수도권에 등록된 차량 3대를 찾아내 정밀 감식했고, 1대의 차량에서 혈흔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 혈흔을 감정한 결과 피해자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통보받았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뺑소니 교통사고의 범인을 최면수사로 잡은 것이다. 최면수사는 이렇듯 분명히 보거나 들었지만 시간 경과나 충격, 너무 짧은 기억 시간 등의 이유로 제대로 회상하지 못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게일스만과 말코비츠가 38명을 대상으로 행한 실험연구에서도 55.3%인 21명이 같은 내용의 기억을 최면상태에서 더 잘 회상해 냈다. 보통 아동성폭행 같은 충격적인 경험에 관한 기억은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어기제에 의해 억압되어 잘 회상하지 못한다. 헐만과 샤츠토우의 연구에서는 연령퇴행(age regression) 최면을 통해 억압을 해제하고 기억을 복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하지만 최면수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많은 한계와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최면수사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미국에서도 최면수사를 통해 기억을 회상한 목격자의 진술을 법정증거로 채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미국의 여러 판례에서 최면은 실제 경험한 사실을 기억해내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내용을 기억으로 오인하거나 상상, 들은 이야기, 책이나 영화 등에서 본 내용 등을 마치 실제 경험한 것처럼 잘못 기억할 가능성이 지적된 것이다. 이후 목격자를 상대로 한 최면수사 결과를 진술증거로 제출하려는 검사나 변호인은 그 과정과 전후사정을 모두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주로 치료 목적으로 최면을 사용하는 정신의학계에서도 최면수사의 과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최면수사 전문가들은 치료 목적 최면(Hypnotherapy)과 수사 목적 최면(Forensic Hypnosis)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수사 최면은 치료 최면과 달리 증거법 원칙에 부합하도록 객관적, 몰감정적, 제시와 유도 금지, 전 과정 녹화 등의 엄격한 절차와 원칙을 준수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최면수사로 확보한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는 않는다. 최면으로 복원한 기억은 단서를 찾고 그 단서를 통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최면수사 기법의 발달과 전문가 양성은 더 많은 미제사건 해결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 경찰 최면수사요원들이 학회를 조직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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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과 여러 대형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과학수사 및 프로파일러,그리고 탐정 등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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