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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과 프로그램 내장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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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현대 컴퓨터의 모델을 제시한 사람, 게임이론을 창시한 사람, 인공생명체의 가능성을 연구한 사람, 원자폭탄을 만드는데 참여한 사람. 이 모든 일과 관계된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그 주인공이 바로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존 폰 노이만’(1903~1957)이다. 1903년 12월 28일 그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디지털 시대는 상당히 늦게 시작됐을 것이다. 노이만은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났다. 그가 10살 때 김나지움 학교에 들어가자 그의 재능을 알아 본 한 교사가 부다페스트대 출신의 수학자 미차엘 페케테에게 정기적으로 개인교습을 받도록 추천했다. 이후 두 사람은 공동저자로 수학학술지에 논문을 싣기도 했다. 1930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노이만은 미국 프린스턴대학 객원교수의 자격으로 고향을 떠났다. 그는 헝가리가 나치의 편이 되는 것을 우려했고 거기에 휩쓸리기가 싫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핵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이 역시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다. 노이만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에는 수학에 기여한 업적으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다. 특히 1944년 오스카르 모르겐슈타인과 ‘게임과 경제행동 이론’을 저술해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창시했다. 그들은 게임에도 최선의 방법이 존재하며 수학적으로 그 과정을 증명해 냈다.또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아담 스미스의 ‘개인의 최대 이익이 곧 전체의 최대 이익’이라는 고전 경제학의 입장을 완전히 뒤엎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노이만의 순수연구는 정세가 급박해지면서 점차 응용분야로 확장돼 갔다. 1941년에는 전쟁과 관련된 연구가 전체 연구 시간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그는 원자폭탄의 개발과정에 깊이 개입하면서 컴퓨터 개발의 역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기게 된다. 당시 원자폭탄과 관련된 다양한 모의실험을 위해 빠른 속도로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이만이 제안한 것은 바로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다. 노이만은 1944년 애니악(ANIAC) 개발에 참여하다가 컴퓨터에 다른 일을 시키려면 전기회로를 모두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을 발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프로그램 내장방식이란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프로그램 내장방식은 중앙처리장치(CPU) 옆에 기억장치(memory)를 붙인 것인데, 프로그램과 자료를 기억장치에 저장해 놓았다가 사람이 실행시키는 명령에 따라 작업을 차례로 불러내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에니악 컴퓨터는 작업을 할 때마다 전기회로를 바꿔 끼워야 했지만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에서는 소프트웨어만 바꿔 끼우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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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의 프로그램 내장방식은 오늘날 컴퓨터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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