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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진(37)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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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랜다이스대 강경진씨
사람과 같은 ‘화학적 통각’ 규명
“해충방제·통증완화 연구 도움”
겨자나 고추냉이(와사비)를 먹었을 때의 톡 쏘고 알싸한 고통을 파리나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느낀다는 사실을 미국 브랜다이스대의 한국인 과학자가 밝혀냈다. 이런 연구 결과는 해충의 방제와 환자의 고통·염증 완화 연구에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브랜다이스대 국가행동유전학연구실의 강경진(37·사진) 연구원은 21일 사람이 겨자, 고추냉이, 계피를 먹거나 최루가스, 담배연기를 쐤을 때 고통을 일으키는 ‘화학적 통각’ 수용체(TRPA1)가 초파리와 말라리아모기에도 존재하고, 화학적 고통을 느끼는 원리도 똑같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사람과 달리 닭이 고추씨를 잘 먹는 것은 매운 맛을 느끼는 캡사이신 수용체가 없기 때문이다. 조류와 인류는 매운 맛에 대한 감각 기능이 달리 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강 연구원은 계피 등에 대한 감각의 경우 초파리나 사람이나 똑같다는 사실을 행동 신경유전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알아냈다. 초파리는 발에 미각 수용체가 있어 발을 설탕물에 담그면 주둥이를 쭉 내민다. 강 연구원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 설탕물에 계피나 고추냉이에서 뽑은 화학물질을 넣었을 때 초파리들이 회피하는 반응을 관찰했다. 또 TRPA1 항체를 이용해 고통을 느끼는 감각신경세포를 찾아냈다. 강 연구원이 속한 연구팀은 계통발생학적 분석을 통해 좌우대칭인 동물들의 공통 조상이 이미 5억년 전에 화학적 통각 기능을 갖게 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강 연구원은 “다른 화학적 감각인 후각이나 미각은 동물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돼온 것과 달리 화학적 통각은 한 조상에서 물려받았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이는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로운 물질들의 섭취를 저해하고, 해로운 환경을 피하려는 방어 시스템이기에 오랜 진화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존속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는 포유류에게는 해가 없으면서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쫓을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 개발에 유용할 것”이라며 “또한 통증이나 염증을 완화하는 연구에도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강 연구원을 제1저자로 과학저널 <네이처> 25일치(영국 현지시각)에 실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주 <네이처>는 우수논문 미리보기 서비스인 ‘어드밴스트 온라인’에 강 연구원 논문을 소개했다. 강 연구원은 고려대 유전공학과를 나와 2006년 캐나다 캘거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후과정을 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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