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24 21:39
수정 : 2010.03.24 21:39
연꽃잎 나노 모방입자 실용화
표면 물방울로 자기세정 가능
국내 연구팀이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연꽃 잎을 모방한 나노구조 입자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세차가 필요없는 자동차, 김이 서리지 않는 유리, 비에 젖지 않는 섬유 등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양승만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4일 연꽃 잎 표면의 나노구조와 똑같은 모양을 한 균질한 미세입자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독일에서 발간되는 화학분야 최고 권위지인 <안게반테 케미> 4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으며, 영국의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 25일치(현지시각)에도 소개된다.
연꽃 잎은 맨눈으로는 매끈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마이크로미터(10만분의 1m) 크기의 돌기가 산봉우리처럼 돋아 있고, 그 봉우리에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규모의 돌기가 오돌토돌하게 배열돼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연꽃 잎은 물을 거부하는 ‘초소수성’을 가져, 물방울을 그대로 흘려보내며 먼지를 쓸어내는 자기세정 효과(연꽃 잎 효과)를 나타낸다.
연구팀은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유리구슬들을 빛에 민감한 감광성 액체 속에 넣어 크기가 수십 마이크로미터인 균일한 액체방울을 만들었다. 이 방울을 물에 넣으면 유리구슬은 저절로 감광성 액체방울 표면 위에 촘촘하게 육방형 밀집구조로 배열된다. 여기에 자외선을 쬐어 굳힌 다음 불산(플루오린화 수소산·HF)을 뿌려 유리구슬을 녹여내면 골프공처럼 분화구가 촘촘히 파인 미세입자가 생긴다. 여기에 고에너지의 플라스마를 쬐면 분화구가 깊게 깎이면서 연꽃 잎 나노구조가 형성된다.
양승만 교수는 “연꽃잎 효과를 응용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실용성 있는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라며 “특히 제조공정이 쉽고 빨라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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