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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10년 이상 전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배터리가 나와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그 원리는 기존의 화학전지나 물리적인 반응을 이용하는 전지 등과는 달리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방사선, 즉 베타(β)선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뉴욕 로체스터 대학의 한 연구팀은 트리튬(tritium), 즉 삼중수소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 붕괴할 때에 방출하는 베타선을 이용한 전지를 개발하여 공개한 바 있다. 베타선은 알파(α)선, 감마(γ)선과 함께 원자핵 반응 시에 방출되는 방사선의 일종이며, 그 실체는 바로 다름 아닌 고속으로 움직이는 전자 입자들의 흐름이다. 또한 수소의 동위원소인 질량수 3의 트리튬은 수소폭탄의 주원료이며 핵융합반응의 제어 등에도 쓰이는데, 베타(β) 붕괴의 방사성을 지니며 반감기(방사성 붕괴에 의하여 원래의 수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는 약 12년이다. 따라서 트리튬 등에서 나오는 베타선을 전지에 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이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이를 베타볼타전지 혹은 핵전지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전지는 기전력이나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실용적인 전지를 만들기에는 극히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즉 자연적인 방사성 붕괴에 의해 방출되는 베타선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이를 한데 모아서 일정한 전자의 흐름을 형성하는 전류로 만들기는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에서는 베타선의 에너지를 미크론 단위로 촘촘히 홈을 판 3차원 구조의 실리콘 기판 위에 모으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는데, 에너지의 효율을 전 보다 10배 이상 높임으로써 실용화에 좀 더 가깝게 만들었다는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욱 개량되면 에너지 효율을 160배까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제작공정 등이 개발되면 몇 년 내에 시중에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다만 방사성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인체에 해를 끼치거나 방사능에 의한 오염 가능성 등을 걱정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별로 우려할 것이 못 된다. 전자 입자로 되어 있는 베타선은 짧은 전자기파의 형태인 감마선에 비해 투과력이 매우 약해서 사람의 피부도 제대로 투과할 수 없을 정도이므로 손쉽게 차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전지는 인간에게 어떠한 유익함을 전해줄 수 있을까? 깊은 바다 밑의 탐사 장비, 혹은 장거리 우주탐사에 나서는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의 부품 등 유지보수가 어려운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장박동 조절기나 기계적인 인공장기 등과 같이 인체 내에 삽입되어 자주 배터리를 교체하기 어려운 장치의 전원으로도 매우 적합할 것이다. 가깝게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에서도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이상 가는 배터리’를 장착한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무장한다면, 지금처럼 콘센트 꽂을 곳을 찾느라 허둥대는 일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나친 상상일까? (글: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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