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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싸인’의 안티몬보다 위험한 건 천연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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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커피를 마시고 나간 남자가 30분도 채 안 돼 사망했다. 20년 전 살해당했던 시체 한 구는 현재까지 전혀 부패가 일어나지 않았다. 20년 전 5명의 의문사,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또 다시 5명이 차례로 죽임을 당하는 의문의 사건들…. 과연 이들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살인 사건을 파헤쳤던 SBS 드라마 ‘싸인’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 내용은 국과수 법의관들이 시신 부검을 통해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것. 도입부에 소개한 살인자의 정체는 드라마 에피소드 중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킨 독극물, ‘안티몬’이었다. 안티몬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때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학자들은 실제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등장해 일반인과 범죄자에게 안티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만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간에게 직접 독을 먹여 본 적 있나? 체질, 식습관, 지병을 다 고려한 정확한 치사량…, 모르지?” 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독극물로 사람이 사망하려면 독의 양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상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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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몬은 휘안석에서 산출된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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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주변 주민들이 두꺼비 알을 식용개구리 알로 오인해 날것으로 먹고 설사와 복통증세를 일으켜 병원에 후송됐다가 3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동물성 독인 ‘부포톡신(bufotoxin)’에 중독된 사례였다. 부포톡신은 두꺼비의 침샘, 피부 등에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이다. 2006년 3월 경기도 연천에 사는 마을 주민 20명이 투구꽃(초오)으로 담근 술을 나눠 마셨다가 집단 중독 증세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이는 식물성 천연 독 ‘아코니틴(aconitine)’에 중독된 경우였다. 아코니틴은 투구꽃(초오)에 함유된 독으로, 뿌리>꽃>잎>줄기 순으로 독성물질이 분포돼 있다. 특히 뿌리부분은 독성이 강해 과거에는 독화살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투구꽃의 뿌리부분을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부자(附子)’라고 부르며 신경통, 관절염, 중풍 등의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식물성 독을 말하자면 독버섯도 빼놓을 수 없다. 독버섯에 함유돼 있는 ‘무스카린(muscarine)’이나 ‘아마니틴(amanitine)’은 대표적인 독성물질이다. 산을 타는 사람들이 가끔 독버섯을 생김새가 유사한 다른 식용버섯으로 착각해 먹었다가 중독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드라마에서는 안티몬이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실제로는 천연독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연 독은 독성이 강한 편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헤치는 독이 되기도, 사람에게 이로운 약이 되기도 하는 독(毒). 정확한 과학지식만 있다면 독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글 : 이상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독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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