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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4 16:32 수정 : 2011.03.14 17:28

일본 후쿠시마현 제1원전 1호기에서 12일 일어나고 있는 폭발 모습을 일본 지상파 민영텔레비전 엔티브이(NTV)가 촬영했다.

■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바로가기

[정부 발표 '한국 원전 지진안전성 대책'을 보고 ]
일본 원전 위기의 직접 원인은 내진 부족 아닌 쓰나미
내진능력만 강조하는 정부, 안전대책 강화 다시 짜야

규모 9.0(일본기상청 발표)의 강진은 끝났는데도 여진이 이어지고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의 여파로 원전 비상사태가 엄습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지진해일)가 원전 시설을 강타하면서 원자로 냉각장치에 이상이 발생하고 원자로 노심 과열 상태가 이어져 방사능물질의 대량 생성과 방출, 그리고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번 원전 비상사태의 직접 원인은 쓰나미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1일 강진이 발생하자 진앙지 부근의 원전 10기가 자동정지했으나 쓰나미의 영향으로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비상용 디젤발전기들이 작동하지 못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원자로 노심용해가 우려되는 대형 사태로 비화한 것이다.

이처럼 원전 사고의 직접 원인이 쓰나미로 파악되고 있는데도, 최근 한국 정부가 내놓은 국내 원전 안전 대책과 현황에는 내진 설계와 건설, 관리 능력만이 강조되고 정작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쓰나미에 대한 대비책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4일 ‘일본 지진/원전 사고에 따른 국내 원전 안전 및 환경방사능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어 ‘국내 원전들은 단계별로 지진안전성을 확보 해두고 있다’는 현황을 전했다. 보고서가 전한 국내 원전의 안전성 현황과 대책을 살펴보면, 첫째 국내에선 원전이 세워지는 부지 조사 단계에서 원전 설치 예상지점을 중심으로 320km 이내 역사지진과 계기지진, 단층을 조사해 부지를 선정했으며, 둘째 원자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대 지진을 고려하고 여기에다 여유를 더해 설계했으며, 셋째 중요 기기와 설비들에 지진 감시장치를 설치해 사후관리를 단계별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우려해 “규모 약 6.5에 해당하는 강진이 원자로 건물 기초 바로 밑에서 발생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건설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새로운 위협으로 주목받은 쓰나미 가능성에 대한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사실 정부 보고서에서도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은 쓰나미로 파악됐다. 교과부 보고서는 일본의 원전 사고 현황을 설명하면서 “1호기에서 쓰나미로 인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데 필요한 비상발전기의 작동 불가로 원자로심이 과열(진행 1단계)”했으며, 이어 “원자로 제어를 위해 격납용기 내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증기를 원자로 건물의 외벽을 통해 대기중으로 배출(진행 2단계)”하는 과정에서 “원자로 건물 내에 있던 수소가 연소하여 외벽의 일부가 폭발(3.12, 15:45)”했다고 사고 경위를 파악했다. 보고서는 “일본 관방장관은 방사성물질의 상당량은 격납용기 내 조절되고 있어, 다량의 방사성물질 유출은 없다고 발표(관방장관, 12일 20:30)”했으나, 3호기에서도 “1호기와 유사한 초기과정이 진행돼 방사선 비상 발령(13(일), 05:00)”이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이번 사고의 원인을 쓰나미로 파악하면서도 우리 원전의 안전성 대책에서는 쓰나미와 관련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는 이상한 보고서가 된 셈이다.

사실 여러 해외 매체들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일본 원전 비상사태의 심각성은 일본의 내진 설계 능력 부족에 있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자주 지진의 위협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지진 예측과 내진 설계, 그리고 지진 피해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일본에서, 지진에 따른 2차 영향인 쓰나미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는 점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지구촌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의 대응체제가 예측을 뛰어넘는 새로운 위협 앞에서 뚫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또다른 점은 내진 설계 같은 원전 운영 기술의 기본에 관련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라, 원전이 자동정지할 때 냉각수를 공급하는 비상용 발전기처럼 부차적인 부분에서 시작된 문제가 통제 불능의 대형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일본 원전 비상사태의 심각성은 대체로 이런 두 가지 점에 쏠려 있다. 그러나 ‘원전 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정부가 내놓은 원전 안전 대책은 이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술해 보인다.

국내의 몇몇 전문가들은 일본 원전 비상사태를 계기로 쓰나미 위협에 대한 재인식을 비롯해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 대책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1 “정부가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식의 얘기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본의 원전 위기를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안전에 대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러 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 않는가. 사고의 원인은 간단한 디젤발전기 때문이었다. 내진의 문제가 아니라 쓰나미 때문이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안전 대책을 잘 지킨다 해도 부수적인 곳에서 안전 대책에 실패하면 모든 것이 다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 쪽으로 오느냐 아니냐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부는 그런 것만 발표할 게 아니라 우리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가대책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익명을 전제로 말한 원자력발전 전문가)

# 2 “우리나라 원전이 6.5 규모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하지만 쓰나미의 영향에 대한 대책은 따로 없는 걸로 안다. 지진 자체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쓰나미 같은 2차 영향도 중요하다는 게 이번 일본 원전 비상사태에서 드러났다. 우리 원전은 쓰나미에 얼마나 안전할지 아주 철저하게 검증해봐야 한다….일본 열도 동쪽에는 북미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부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그곳은 수심도 수백 미터, 또 1000미터까지 달해 해저지진이 일어난다면 강한 쓰나미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한반도의 동쪽 해안에도 큰 쓰나미 해일이 닥칠 수 있다. 쓰나미의 파는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우리 동해안과 남동해안도 안전하지 않다. 내진 설계 위주의 안전성 대책에 더해 쓰나미 대책도 포함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내 한 지질학자)

아래 글은 미국전자전기학회(IEEE)의 웹사이트에서 운영되는 전문가 블로그에 올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읽히고 있는 글이다. 일본 원전 사태의 심각성을 명료하게 지적하는 이 글을 우리말로 옮겨 이곳에 소개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뛰어넘어 예측하기 힘든 사고의 원인들을 얘기하며 원전 안전성 대책의 잠재적 허점을 경고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일본 핵 사고: 또다시 ‘최악보다 더 나쁜’
(Japan Nuclear Accident: Worse than Worst, Again)

글쓴이 빌 스위트(Bill Sweet), 2011년 3월12일 작성, ▶ 원문 직접 읽기

일본 후쿠시마 다이치 핵발전소 1호기에서 일어난 재난사고에서는 지금까지 두 가지의 주요 사고가 있었다. 첫째는 발전소가 외부 전력을 잃었을 때에 냉각 시스템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마련된 백업 전력 시스템이 가동하지 못한 사고였다. 그것은 터빈 발전기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손상을 입었기 때문인 게 분명하다. 두번째 사고는 하루 뒤에 격납건물의 외부가 폭발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여러 원천에서 생겨난 수소 때문이었다.

폭발 이후에 비상인력은 원자로를 냉각시켜 노심융해를 막고자 바닷물로 내부 격납건물을 채웠다. 그것이 (보도마다 다르지만) 원자로 안까지 들어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비상인력은 또한 녹아내리는 연료가 재임계(re-criticality) 상황(융해하는 연료가 변형되어 자기유지적인 반응을 시작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붕소를 원자로에 주입했다. 그러는 동안에 일부 방사능은 발전소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리하여 대피 지역은 반경 20킬로미터로 확대됐다. 당국은 방사성 아이오딘이 갑상선에 농축돼 암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주는 아이오딘화 포타슘(potassium iodide)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폭발과 방사능 누출로 인해,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사고는 이미 체르노빌 다음으로 가장 심각한 핵발전소 사고라는 자리를 차지했다. 대중적인 충격으로 말하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지진 예측과 경감 시스템, 최고의 핵기술, 그리고 정평이 나 있는 국가적인 방사능 공포 분위기를 갖춘 나라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은 옛소련이 그런 것처럼 값싼 핵반응 설계 능력을 갖춘, 기술적으로 후진적인 나라가 아니다. 일본의 핵발전소는 극한 지진 위험을 예민하게 의식하면서 설계되고 건설되었다.

이토록 정교하며 또한 사전인식이 잘 돼 있고 준비가 잘 돼 있는데도 어떻게 후쿠시마 다이치에서 최악에 대한 대비를 넘어서는 일이 일어났는가? 이 대목에서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이 떠오른다. 그 사고들이 주는 메시지는 같아 보인다. 즉 최악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사람들은 아직도 여전히 서로 별개의 나쁜 일들이 동시에 동일한 원인의 결과로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낮게 평가하고 있다.

스리마일 섬 사고 과정에서 보이듯이, 나라 전체가 원자로에 수소 가스가 형성되는 현상(일반 공중의 어느 누구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과 그것이 폭발할 위험에 넋을 잃었다. 게다가 나중에야 알려진 바로는 원자로 노심의 상당한 일부가 사고 동안에 녹아내렸다. 원자로의 바닥까지 녹아내렸다면,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서스쿼해나 강과 체사피크 만까지 나아가 물을 영구히 오염시켰을 수도 있었다.

체르노빌에서는, 일반 공중이 들어본 적도 없는 독특한 설계 특성 때문에 첫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그런 다음에 같은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두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이런 폭발들은 핵반응로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그런 일이 몇몇 유형들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이 순식간에 증기로 바뀌는 현상(워터 플래싱, water flashing to steam)은 핵반응의 상승을 일으켰고(the positive feedback loop from water voiding), 더 많은 물이 증기로 플래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많은 과전력이 생겨나는 등의 결과가 초래됐다. 이에 더해, 냉각 파이프에서 일어난 끓는 물의 과압력 때문에 서툴게 설계된 원자로의 뚜껑이 들어올려졌으며, 모든 파이프와 제어봉장치(control rod system)이 훼손돼 원자로가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어버렸다. 여러 나라와 국제 기구의 당국자들이 작성한 주요 보고서들이 나중에 지적했듯이, 그것은 “최악의 상황보다 더 나쁜(worse than worst-case)” 사고였다.

사실, 이전의 주요한 핵 사고들은 [최악의 상황 대책 시니라오에서 예견하는] 최악의 경우보다 더 나빴다. 이는 모든 핵발전 찬성자들이 (이번도 마찬가지이지만) 고려해야만 하는 사실이다. 우리가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배웠듯이, 개별적인 것들로 여겨지는 도구나 장치들도 한 가지 밑바닥 원인의 결과로 인해 모두 한꺼번에 다 무너져내릴 수 있으며, 실패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리라고 내다보는 추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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