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1.3km에서 처음 발견된 다세포 생물체인 선충. 출처/ Nature
|
‘깊은 땅속엔 단세포 생물만 산다’는 통념 깨
금광 지하수 부근, 박테리아 먹는 선충 서식
■ 한겨레 과학 웹진 <사이언스온> 바로가기
산소와 활동공간이 부족하고 온도도 높은 깊고 깊은 지하 세계에는 단세포 미생물만이 살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이런 일반 예측과 달리, 무려 3.6킬로미터 아래 깊은 땅속에서도 다세포 동물이 살고 있는 게 발견됐다고 과학자들이 최근 발표했다.
벨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와 미국의 생물학자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은font color=#006699>“남아프리카의 지표면 깊은 곳에서 사는 선충” <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남아공의 금광 지하 깊은 곳에서 새로운 종의 선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략 0.5밀리미터 길이의 선충인 이 생물체에는 ‘빛을 싫어하는 땅속 세상의 악마’라는 뜻의 학명인 ‘할리케팔로부스 메피스토(Halicephalobus mephisto)’가 붙었다.
깊은 땅속 암석의 틈새에 흐르는 물(fracture water)에서 찾아낸 이 선충은 암석에 붙어 사는 박테리아 덩어리를 먹이로 삼아 생존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틈새에 흐르는 물을 받아, 물에 섞여 있는 선충, 박테리아와 유전물질 등을 찾아내는 방법을 썼다. 새로운 종으로 판별(동정)된 선충은 1.3킬로미터 아래 섭씨 37도 이상 고온의 암석 틈새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고 네이처 뉴스는 전했다. 연구팀은 신종으로 확인된 것 외에 다른 3종의 선충도 찾아냈는데, 그 중 하나의 디엔에이(DNA)는 지하 3.6킬로미터나 되는 금광 지하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탄소 연대측정 방법으로 분석해보니 신종 선충이 살던 암석 틈새의 물은 무려 3천~1만2천 년 전에 형성된 순환수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신종 선충을 대상으로 지상 실험실에서 실험해보니, 이 선충은 일반적인 선충의 먹이가 아니라 자신이 먹던 지하 박테리아를 주된 먹이로 삼는 것으로 관찰돼 신종 선충이 지하에서 충분하게 작동하는 지하 생태계 안에서 생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논문 첫 머리에서 요약했다.
|
지하 생물을 찾아내기 위해 암석 틈새에 흐르는 물을 채취하는 모습. 출처/ G. Borgonie, 과학잡지 The Scientist에서 재인용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