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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신기록 수립…특급 도우미는 단연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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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1.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전. 유력한 우승 후보인 우사인 볼트 선수가 출발선 위에 섰다. 모든 관중이 숨을 죽이며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순간, 드디어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출발 신호가 울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사인 볼트가 마치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뛰어가는 것처럼 몇 차례 펄쩍 펄쩍 뛰어오르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고꾸라져 있는 볼트 뒤에 덩그러니 벗겨져 있는 신발을 보니 놀랍게도 육상 신발이 아닌 ‘농구화’였다. 대체 볼트의 신발은 어떻게 된 것일까? #2.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전 경기. ‘미녀 새’로 불리는 이신바예바 선수가 장대를 움켜 잡고 숨을 고르고 있다. ‘훕’ 하는 짧은 기합과 함께 바람처럼 내달리기 시작한 그녀. 그런데 장대를 찍고 도약하려는 순간, 주르륵 미끄러져 버렸다. 파란 매트 앞에 엎어져 있는 이신바예바. 그런데 이게 웬일? 이신바예바 선수의 신발은 여성들이 즐겨 신는 ‘플랫 슈즈’였다. 이신바예바 선수는 왜 플랫 슈즈를 신고 경기에 나선 걸까?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8월 27일부터 시작됐다. 위의 두 장면은 물론 실제 경기장면이 아니라 꿈속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하지만 우사인 볼트와 이신바예바가 각각 농구화와 플랫 슈즈를 신고 경기를 한다면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만큼 육상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데 신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첨단 과학을 총동원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여 주는 신발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선수들의 신기록 수립을 도울 특급 도우미로 단연 ‘신발’을 꼽고 있다.축구화에 들어가는 스터드나 농구화의 에어쿠션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육상 선수들이 신는 신발은 역학과 재료공학, 생리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의 지식을 총동원해 만드는 종합 과학 작품이다. 육상 경기 종목마다 선수들이 신는 신발에 적용되는 기술과 재료가 모두 다를 정도로 육상에서 신발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딱딱하거나 푹신푹신하거나 육상 선수들이 신는 신발에서 가장 크게 구분되는 것 중 하나는 밑창의 강도다. 농구화를 신은 우사인 볼트 선수가 넘어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밑창에 푹신푹신한 에어쿠션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점프 동작이 많은 농구 경기의 특성 때문에 농구화 밑창은 발목과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푹신푹신한 재료로 만들고 에어쿠션도 넣는다. 하지만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이런 신발은 치명적이다. 단거리 선수들은 대부분 가볍고 바닥이 단단한 신발을 신는다. 몸의 무게를 줄이고 지면의 반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우사인 볼트는 가벼우면서도 탄성을 높이는 탄소섬유와 강화 플레이트로 만든 신발을 신고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 58의 100m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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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바닥이 딱딱한 단거리용 신발(좌)과 바닥 뒷부분에 쿠션이 처리된 중장거리용 신발. 사진 제공 : 아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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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에만 스파이크가 달린 멀리뛰기용 신발(좌)과 전체적으로 스파이크가 달린 높이뛰기용 신발(우). 사진 제공 : 아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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