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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사냥하던 익룡을 문 고대 물고기의 최후를 간직한 화석. 사진=에버하르트 프레이, <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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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람숲] 바로가기
주둥이로 물 걸러 물고기 잡던 익룡, 거대 물고기가 덥썩…아뿔싸 삼키기엔 너무 커익룡 날개 가죽에 이빨 걸린 고대 물고기, 결국 무산소층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질식사 약 1억 5000만년 전 지금의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는 열대 바닷가의 습지였다. 긴 꼬리를 지닌 중형 익룡 람포린쿠스가 물고기 사냥에 한창이었다. 날카로운 이가 달린 주둥이를 물속에 담근 채 물 표면을 낮게 날면서 작은 물고기를 훑었다. 고요한 바닷물에 기다란 파문이 일었고 물속에 잠복하던 거대한 포식자의 주의를 끌었다. 고대 포식어종인 아스피도린쿠스는 본능적으로 물 표면으로 쏜살같이 헤엄쳐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먹이를 잡아챘다. 놀란 익룡이 날개를 퍼덕이며 주둥이 물고기를 물어뜯었다. 거대 물고기는 익룡이 삼키기에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때가 늦었다. 물고기의 촘촘한 이빨이 익룡의 질긴 가죽에 박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이 엉킨 채 한참이 지났다. 익룡을 문 물고기는 지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들을 기다린 것은 염습지 바닥의 무산소 층이었다. 물고기는 순식간에 질식사했고, 물고기를 문 익룡과 그것을 문 거대 물고기가 중생대 어느 한낮에 벌인 활극의 흔적은 대리암 속의 화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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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라기 익룡 람포린쿠스의 상상도.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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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포식어종 아스피도린쿠스 상상도. 사진=타무라 노무,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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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룡을 습격한 고대 물고기 화석. 사진=에버하르트 프레이, <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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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물고기에 물린 익룡의 목에는 갓 삼킨 작은 물고기(화살표)가 화석으로 남았다. 에버하르트 프레이, <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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