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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방침도 ‘스마트’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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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우지끈 쾅! 한 시간이 넘는 긴 실랑이 끝에 급기야 태연의 방 문짝이 나가 떨어지고 만다. 발목이 삐었을 때는 침이 최고라는 엄마, 아빠와 죽는 한이 있어도 침은 맞지 않겠다는 태연의 발버둥 사이에서 엉뚱하게 방문만 부서지고 만 것. “침을 맞느니 차라리 마늘 백만 개를 까먹고 곰이 돼버릴 거예욧!! 저의 소중하고 신성하고 아름다운 발목에 불온하며 사악하기 그지없는 침 따위를 꽂을 생각은 애시 당초 하지도 마시라고욧!” “아무리 내 딸이지만 네 괴력은 진정 어메이징하구나. 무슨 초등학생이 문짝을 다 떼냐! 침술의 효과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미 인정을 다 했어요. 침이 신경을 자극하면 뇌로 그 자극이 전달돼 엔도르핀 등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가설이지. 아직 해부학적인 실체를 찾지 못했고, 치료 원리에 대한 한의학과 서양의학 간 관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거봐, 거봐, 해부학적인 실체가 없다고 아빠 입으로도 방금 얘기하셨잖아요! 아빠는 과학자면서 어떻게 그리도 비과학적인 침술의 세계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딸내미를 내모시냐고욧!” 태연이 제아무리 괴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다. 엄마, 아빠의 합공에 밀려 바닥을 질질 끌며 결국 한의원으로 끌려가고 만다. “차라리 병원에 가자고요. 주사처럼 한방 딱 맞고 끝나는 건 괜찮은데, 침은 엄청 오래 꽂고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 세 시간? 네 시간? 거기다 찌릿찌릿 전기까지 통하게 하고, 이건 고문이지 치료가 아니에요. 인류 역사상 이렇게 끔찍한 고문은 없었다고욧!” “과장 좀 적당히 해라. 침을 꽂아놓는 건 기껏 30분 정도야. 한방에서는 기(氣)가 인체를 순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라고 하고, 양방에서는 침 자극을 줬을 때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이 15분 이후부터 분비된 뒤 30분에 멈추기 때문에 30분이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런 일반적인 침 말고도 침술은 상당히 다양하단다. 약물을 넣은 약침(藥鍼), 레이저를 이용하는 광침(光鍼), 침에 아로마 오일을 입히는 향침(香鍼), 침에 전류를 흘려 자극을 주는 전침(電鍼) 등 여러 가지 요법이 있어. 방금 네가 말한 그 침은 전침을 말하는 것 같구나.” “악!! 제발 전기침 같은 그런 사악한 단어는 제 귀에 들리지 않게 해주세요.” “그럴 순 없지. 지금 네가 병원에 가서 맞을 침이 바로 그건데 말이야. 전기침은 전선이 연결된 커다란 집게를 침에 연결해서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침의 효과를 높이는 요법이란다. 환자가 움직이거나 힘을 주면 침이 구부러지거나 뽑히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치료법은 아니지. 하지만 최근에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스마트 침 시스템’ 덕분에 치료가 훨씬 쉬워졌어요. 이 스마트 침은 복잡한 선도 필요 없고, 지능형IC를 붙인 500원짜리 동전만한 패치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다, 값도 기존 전기침 치료기의 1/100밖에 안된단다. 때문에 너같이 침 맞기 싫어하는 애들에겐 아주 딱 이란 말이지. 게다가 치료 중에 환자의 생체 신호 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도 있는 아주 과학적인 시스템이기도 해. 한방과 현대과학의 아름다운 만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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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전기침 시스템’은 전기침 패치, 침, 전도성 실로 구성된다. 사진 제공 :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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