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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 올림픽공원 남쪽에 조성된 주거단지 아커만보겐은 아파트 지붕에 설치한 태양열집열판으로 태양열을 모아 공동수조에 물을 데워놓고 겨울에 난방용으로 사용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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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커만보겐 주거단지를 가다
연립주택 3개동 320세대지붕 태양열집열판 통해
난방수 덥힐 에너지 모아
“단독보다 공동이 효율적” 테러의 아픔을 간직한 독일 뮌헨 올림픽경기장 남쪽에는 야트막한 토성을 옆에 둔 ‘아커만보겐’ 주거단지가 있다. 겨울이면 아이들은 이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고 논다. 애초 이곳은 독일 연방군의 막사가 있던 곳이다. 15년 전 군부대가 다른 데로 이전한 뒤 뮌헨시는 이곳에 22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세우기로 하고 도시계획 공모에 들어갔다. 내로라하는 유럽의 도시설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1위팀이 내놓은 것은 쌍둥이주택, 연립주택, 다층주택 등 다양한 집들이 섞인 주거단지였다. 4개 구역으로 나뉜 설계에서 특히 제3지구는 ‘지역 태양열 에너지’가 주된 콘셉트였다. ■ 태양열 개별난방보다 집단난방이 유리
제3지구에 지어진 연립주택 3개동에는 지붕이 모두 태양열집열판으로 덮여 있다. 전체 면적이 2900㎡에 이른다. 집열판을 통해 모아진 태양열은 단열된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타고 주택 옆의 에너지센터(집적 및 공급시설)를 거쳐 열수저장고에 보내져 물을 데우는 데 쓰인다. 에너지센터에는 ‘흡수식 열펌프’라는 새 기술을 적용했다. 열을 이용하기에 전기를 쓸 필요가 없고 환경적으로 안전한 물질을 이용할 수 있어 운전 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열수저장고는 지름 26m, 높이 16m, 부피 6000㎡의 거대한 수조다. 스테인리스로 방수처리가 돼 있고 유리 폐기물로 만든 단열재를 50~70㎝의 두께로 둘러쌌다. 뮌헨은 일사량이 풍부한 도시다. 일년에 태양을 볼 수 있는 날이 300일이나 된다. 한여름 모아진 태양열로 수조의 물은 섭씨 90도까지 올라간다. 겨울에도 이 물은 50도가 유지돼 1월까지 부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난방에 사용할 수 있다. 수조에 흙을 쌓아 만든 동산에 한겨울 눈썰매장을 만들어놓아도 녹지 않을 정도로 단열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열수저장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가구는 320가구다. 수조가 2007년 완공된 뒤 이들 가구는 2008~2009년 겨울 동안 열수저장고에서 난방용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1년 동안 이들 가구가 사용한 난방용 에너지는 1018메가와트시(MWh)로, 이 가운데 809메가와트시(45%)가 태양열 에너지였다. 기존 주택들에 비해 난방비가 약 20% 절감됐으며, 연간 이산화탄소 160t의 감소 효과가 있었다. 문기덕 독일 브란덴부르크공대 환경계획과 연구원은 “공동체 규모로 태양열 시설을 설치하면 공급면에서 불규칙성을 줄일 수 있어 기존 단독주택이나 단독건물의 에너지 자급자족 시설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뮌헨시는 아커만보겐의 성공을 디딤돌로 시 북쪽 지역에도 같은 방식의 시설을 보급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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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커만보겐에는 다양한 자연에너지의 활용과 단열을 통해 화석연료에 의한 전기와 난방이 필요 없는 ‘패시브하우스’ 두 동이 건설돼 있다. 이 가운데 20가구(연면적 2138㎡)로 구성된 ‘네스트 패시브하우스’는 체온·공기 등 미활용열, 배출열, 태양에너지 등을 사용해 한겨울에도 기존 난방시설을 거의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단열이 잘돼 있다. 이들 주택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태양열이나 사람 몸에서 나오는 체온,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열 등이 이중삼중으로 단열된 집 안에 보존되고, 이 열을 집적해 다시 난방에 사용하는 재활용 환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또 70㎡의 태양열집열판과 지열펌프로 모자라는 난방을 보충하고 있으며, 태양전지가 설치돼 냉난방용 시설을 가동하는 외부전기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시설 덕에 난방열 수요가 1㎡당 13킬로와트시(kWh)로 뮌헨시 전체 평균의 7%에 불과하다. 뮌헨/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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