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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5 15:58 수정 : 2012.09.25 16:00

방생을 앞둔 너구리 새끼들이 야생에서 먹이 찾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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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방사 앞두고 먹이 찾기 공부 시작, 조교는 먹보 ‘짬밥이’
‘역시 몸을 움직여야 밥도 맛있지’…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일환

대전에 있는 보문고등학교 이건익 학생이 자원봉사를 하러 왔지요. 학교에서 생물동아리를 하고 있고 동물에도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원봉사를 더 하려고 하는 것을 뒤에 약속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오전까지만 하였습니다. 참 이쁩니다.

자원봉사는 간단하게 청소와 정리로 시작해서 이후 새끼 너구리들에게 먹이 줘서 관찰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냥 먹이를 준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게끔 했지요.

어린 너구리는 사람을 따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직접 먹이를 주지 않고 찾아 먹도록 하는 것이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데 도움이 되고, 또 먹이를 찾으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료와 포도를 계류장 곳곳에 뿌려 너구리들이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게 했지요. 그리고 냄새가 강한 먹이는 땅에 다양한 깊이로 묻었구요.

처음 새끼 너구리들의 반응은 우선 먹기 쉬운 사료과 포도를 여기저기 다니며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땅에 묻힌 먹이는 잘 먹지 못하더군요. 돌아다닐 뿐 땅을 파지는 않았습니다.

땅에 묻힌 먹이를 먹지 못하는 새끼 너구리
그래서 결정한 것이 또 다른 너구리 '짬밥이'를 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먹성 좋은 짬밥이는 먹이를 줄 때 체중조절을 위해 어린 너구리와 격리시켜 따로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새끼 너구리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 같이 있게 해주었지요. 그랬더니…!

어린 너구리들이 짬밥이가 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하는 것이 아닙니까! 짬밥이가 땅을 파서 그 속에 있던 먹이를 먹으면 옆에 와서 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그간 체중조절을 위해 참았던 식욕을 폭발시키는 짬밥이는 절대로 먹이를 나눠 주지 않더군요. 전에는 줬었는데….

짬밥이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는 새끼 너구리들.

그러자 새끼들이 짬밥이가 지나간 자리의 땅을 팠습니다. 우연히 짬밥이가 찾지 못한 먹이가 있자 그것을 먹고는 적극적으로 냄새를 맡으며 여기저기 다니면서 직접 위치를 선정해 땅을 파 먹이를 찾았습니다.

어린 너구리가 다가가자 짬밥이는 엉덩이로 밀쳐내기까지 합니다.

이젠 나도 할 수 있다.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여기저기 땅을 판 흔적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야생동물들에게도 경험이 많은 동물이 곁에 있어 주는 게 정말 중요하단 걸 보여 주었지요. 짬밥이에게도 나름 행복한 날(내일 부터 다시 체중조절에 들어갑니다.)이었고, 새끼 너구리들은 소중한 걸 배울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참, 이건익 학생~. 오늘 땅 파느라 수고했어요! 다음에 또 봅시다!

(위의 글은 이건익 학생과 함께 관찰하며 이야기 나눈 것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글·사진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및 관리>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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