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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함유량이 높아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음료가 급성장세를 이어가며 음료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 진열된 에너지 음료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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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행 ‘카페인 함량 표시제’ 사용설명서
1월1일부터 카페인 0.15mg 이상 음료에 함량 표시 의무화
사람마다 다른 카페인 함량의 건강영향을 알아두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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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부터 카페인이 포함된 식음료에 카페인 함량이 표시된다. 이날부터 카페인이 1 밀리리터(ml)당 0.15 밀리그램(mg) 이상 함유된 식품은 총 카페인 함량을 제품에 표시해야 하고 ‘고 카페인 함유’임을 명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또한 어린이나 임신부처럼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런 식음료의 섭취를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주의 문구도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시된다. 대부분의 커피와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 함량이 높은 ‘고 카페인’ 식품에 속한다 (참조: 식약청 자료).
카페인 함량 표시제 활용하기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제품명에 ‘커피’나 ‘차’가 들어 있으면 소비자가 그 제품에 카페인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표시 기준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카페인 음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그에 따른 건강 문제가 대두되자 이런 표시 의무화 쪽으로 관련법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나는 사실 이런 표시제는 진즉에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페인이 ‘있다’ ‘없다’ 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들었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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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함량 표시. 출처/ 식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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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다’ 만큼 ‘얼마나 들었나’가 중요하다는 것은 식품과학 분야에서 꽤나 중요한 개념인 것 같다. 식품영양학과 학부 4년을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많은 물질이 독성을 지니고 있는데, 같은 물질이라도 양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설탕에 아무런 독성이 없다고 알고 있다. 오늘 설탕을 좀 많이 먹는다 해도 갑자기 경련이 나거나 혼수 상태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설탕의 만성적인 다량 섭취는 위험하다. 설탕을 꾸준히 많이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 등 각종 대사증후군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또 벤조피렌처럼 일반적으로 유독하다고 알려진 물질이라도 양이 일일 섭취허용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 이하라면 대개 인체에 무해하다. 안전한 식생활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얼마나 들었나’라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 개념을 카페인 음료에 적용해보자. 같은 ‘카페인 함유 음료’라도 비타민 음료와 에너지 음료의 인체에 대한 영향력은 천지차이다. 비타민 음료에도 카페인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로 인한 효과를 잘 못 느낀다. 적은 양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에너지 음료에는 많은 양의 카페인이 있기 때문에 섭취하면 긍정적 효과든 부정적 효과든 체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법 개정은 카페인에 민감해 카페인 섭취량을 조절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각성 효과는 누리고 싶지만 과다섭취 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제 카페인 함량이 표시된 것을 보고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100mg 함유?…숫자의 의미 알려주는 정보가 필요 그런데 카페인 표시 의무화가 카페인 오·남용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조금 부족하다. 앞에서 ‘있다’ ‘없다’ 만큼 ‘얼마나 들었나’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또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 얼마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149.62 밀리그램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이런 숫자 정보만으로는 섭취로 인해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일반 소비자는 미리 알기 힘들다. ‘이것이 많다는 건가?’ ‘적다는 건가?’ ‘고작 100 밀리그램을 조금 넘는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등등. 소비자는 오히려 저 숫자로 인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따라서 카페인 표시 의무화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일반 소비자들이 ‘일일 권장섭취량’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일일 권장섭취량이 무엇인지, 카페인의 일일 권장섭취량이 어느 정도인지, 권장섭취량 이상을 섭취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카페인의 일일 권장섭취량은 성인은 400 밀리그램, 임신부는 300 밀리그램, 어린이·청소년은 1 킬로그램당 2.5 밀리그램으로 정해져 있다. 원래 일일 권장섭취량의 정의는 ‘98%의 국민이 영양 필요량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다. 쉽게 말하면 ‘이 정도의 양은 먹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카페인의 경우에도 이런 권장섭취량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카페인의 경우에는 ‘이 정도 이상은 섭취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하다. 성인의 카페인 권장섭취량이 400 밀리그램임을 아는 소비자라면,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석 잔 이상 마시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권장섭취량 이상을 섭취하면 흔히 알려져 있듯이 카페인 중독, 수면 장애, 위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에게는 발작, 심혈관계 이상, 기분 또는 행동 장애가 더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카페인 권장섭취량을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개인차를 고려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400 밀리그램이 안전한 권장섭취량인 것은 아니다. 한밤중에도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처럼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커피 한 잔에 각성, 두근거림, 위장 장애처럼 카페인이 인체에서 끼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400 밀리그램에 딱 맞춰 섭취하기보다 자신에게 안전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개개인이 각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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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식약청 자료 "국내 유통 음료의 카페인 함량 실태조사" http://www.kfda.go.kr/index.kfda?mid=56&seq=18764&cm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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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시라는 거야, 마시지 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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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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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섭취량, 조금 보수적인 기준이 낫다 이 글의 요지는 이렇다. 카페인에는 긍정 효과도 있고, 부정 효과도 있다. 그리고 이 효과들은 개개인의 섭취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카페인 함량 표시제를 잘 활용하여 자기에게 맞는 카페인 섭취량을 찾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나는 카페인 섭취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카페인의 긍정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반하는 연구들도 동시에 계속 나오고 있음에 반해, 부정적 효과를 반박하는 연구는 찾기 힘들었다. 이것이 카페인 함량 표시제 추진 배경의 하나일 것이다. 또 요즘 사회적으로 청소년과·대학생들이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이 문제시되기도 하다. 카페인을 원하는 만큼 섭취하는 건 좋지만, 카페인 섭취가 일종의 ‘놀이’로서 무비판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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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것보다, 공부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과학에서 느껴지는 사람 냄새가 흥미로워요.”
이메일 : dbdps9060@naver.com ■ 사이언스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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