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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서부 동굴 속에서 발견된 신종 쐐기풀 필레아 카베르니콜라. 사진=알렉스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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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서부 광시성 석회암 동굴서, 햇빛 바깥의 0.04%에서 꽃피고 자라
험하고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이어서 최근 신종 발견 잇따라, 보전 조처 시급
빛 한 점 들지 않는 동굴 속에도 물고기, 곤충, 거미 등 그곳에 적응한 특별한 동물이 산다. 햇빛이 없으니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살아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미약하나마 빛줄기가 들어오는 동굴 들머리에는 종종 이끼나 고사리처럼 선선하고 습기 찬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나, 홍수 또는 박쥐 배설물과 함께 외부에서 들어온 식물이 살기도 한다. 바깥 식물이 동굴에 들어온 게 아닌 애초 동굴 속에서만 살아가는 독특한 식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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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영국 식물학자가 양치 동굴 들머리에 서 있다. 바닥에 여기저기 나 있는 것이 신종 쐐기풀이다. 사진=알렉스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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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서부 광시성의 미얀마와 베트남 국경 지대엔 대규모 석회암 지대가 펼쳐진다. 수천 개의 동굴과 깊은 계곡으로 이뤄진 지형이 워낙 험하고 가팔라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여기서 동굴 쐐기풀 등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알렉스 먼로 영국 자연사박물관 박사 등 중국과 영국 식물학자들은 온라인 공개학술지 <피토키스>에 최근 실린 논문을 통해 이곳에서 새로 발견된 쐐기풀과의 식물 3종을 신종으로 보고했다. 이 가운데 한 종은 동굴 안에서만 자라는 물통이속 식물이다. 먼로는 그 발견 소감을 학술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밝혔다. 중국인 동료인 광시 식물연구소 웨이 이강이 처음 동굴에 사는 식물을 내게 소개했을 때 나는 그가 중국말을 영어로 잘못 옮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양치 동굴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다문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동굴은 달 표면과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쐐기풀과의 식물이 컴컴한 곳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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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쐐기풀의 모습. 사진=먼로와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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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물은 완전한 어둠이 아닌 동굴 들머리의 어슴푸레한 곳에서 자라는데, 햇빛의 양은 환한 곳의 2.78~0.04%에 지나지 않았다. 키 50㎝에 다른 물통이처럼 보랏빛 작은 꽃들을 매달고 있는 이 식물은 동굴 2곳에 모두 100~200개체만 있어 보호조처가 시급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식물이 사는 동굴 근처엔 약초재배 밭이 있고 이 석회암 지대에서는 광산개발이 한창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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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동굴 안의 모습. 농경과 광산 개발로 보존 조처가 시급하다. 사진=먼로와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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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동굴 밖의 모습. 농경과 광산 개발로 보존 조처가 시급하다. 사진=먼로와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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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동굴 밖 석회암 계곡에서도 세계에서 이곳에만 있는 쐐기풀 2종을 새로 발견해 이 학술지에 보고했다. 이 식물이 어떻게 동굴 안에서 자라게 됐으며 어떻게 극히 적은 햇빛만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onro AK, Wei YG, Chen CJ (2012) Three new species of Pilea (Urticaceae) from limestone karst in China. PhytoKeys 19: 51?66. doi: 10.3897/phytokeys.19.39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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