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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물의 제왕 두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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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두릅은 이름만 들어도 입 속에 향기가 돈다. 아마도 먹고 나면 하루쯤은 그 향기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릅의 향은 우리에게 봄을 선사한다. 길고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우리 몸은 자연히 나른해진다. 이를 예부터 춘곤증이라고 불렀다. 봄이 되면 피곤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바로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는 봄나물들이 그 해결책으로, 봄이 되면 겨울 동안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하고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 제철나물인 봄나물을 먹어야한다. 특히 봄에 새로 나는 어린 싹들 대부분은 약한 쓴맛을 갖는데, 약한 쓴맛은 열을 내리고, 나른해지면서 무거운 것을 치료하며, 입맛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봄에 나는 쑥이나 달래, 냉이 같은 채소를 두고도 나물이라고 하고, 채소를 무쳐 조리해 놓은 것을 두고도 나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채소라는 말과 혼용돼는 나물은 무슨 뜻일까? 나물에는 이름도 많다. ‘푸성귀’라고도 하는데 이는 가꾸어 기르거나 저절로 난 온갖 나물을 일컬었다, 또는 ‘남새’라고도 하는데 이는 심어서 가꾸는 나물로 채마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과거에 채마(菜麻)밭을 집에 두는 것은 기본이었다. 나물은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조미해 무친 반찬 모두를 통칭했다. 그러니 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식물 또는 채소를 조미해 만든 반찬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 나물이다. 또는 식용 가능한 야생식물의 재료를 총칭하기도 한다. 나물은 숙채와 생채를 일컫는다. 우리 일상식의 부식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음식의 하나로 나물의 재료로는 모든 채소와 버섯, 나무의 새순 등이 쓰인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노래한 <농가월령가>의 정월, 이월, 삼월에는 나물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많이 나온다. “정월령에 “엄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신하여 오신채를 부러 하랴. 묵은 산채 삶아내니 육미를 바꿀소냐.”와 이월령의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로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이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그리고 삼월령의 “울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고, 담 근처에 동아 심어 가자하여 올려보세. 무·배추·아욱·상추·고추·가지·파·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과거부터 채소는 우리 민족의 생명줄이었다. 우리가 먹을 것이 없는 상태를 ‘기근’이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기(饑)’는 곡식이 여물지 않아서 생기는 굶주림을 말하고 ‘근(饉)’은 채소가 자라지 않아서 생기는 굶주림을 일컬었다. 즉, 오곡의 곡물 못지않게 채소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먹을거리가 넘쳐나 영양과잉이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근의 해결로서가 아니라 비만의 해결책으로 나물은 최고의 음식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나물은 현대 사회의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생명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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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사진출처 <한국인에게 막걸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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