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박. 한겨레 자료사진
|
[경제의 창] 생활 속 과학
과일당도 비파괴 측정기술의 세계
과일을 살 때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맛’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2년 동안 전국 3천여가구를 대상으로 식품 소비 행태를 조사해 펴낸 보고서를 보면, 과일을 구입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으로 맛을 꼽은 사람이 36.7%로, 품질(25.5%)과 가격(23.5%)을 앞섰다. 하지만 실제 과일을 사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신선도(27.8%)였고, 가격(23.8%)과 당도(15.7%)가 뒤를 이었다. 선별 상태를 본다는 사람도 6.3%에 이르렀다. 돈 문제를 빼면 결국 사람들은 신선하면서 맛있는 과일을 고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선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황용수 충남대 원예과 교수는 “신선도 개념은 모호하다. 수확한 뒤 얼마 뒤에 팔렸는지가 관심일 텐데 과채류인 수박의 경우만 해도 한달 정도까지 아무 문제 없다. 수박은 유통 과정상 길어야 닷새, 대부분 삼사일 이내에 소비자가 구매한다. 수박 꼭지로 신선도를 판단할 일은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진필식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도 “사과나 배 등 과일은 보관 방법에 따라서는 몇개월씩 신선도가 유지된다. 한라봉 같은 귤도 산소는 줄이고 이산화탄소는 늘리는 시에이(CA)저장 방식으로 신선도를 유지해 연중 출하를 한다”고 했다.
|
음파로 두드려 과숙·피수박 골라
갈변 등 내부 결함도 빛으로 추출
사과·귤·배·복숭아·수박 적용
농산물유통센터서 취합 선별 인증 과거에는 표본(샘플) 과일을 골라 과즙을 내어 당도를 측정했지만 최근에는 비파괴 당도 측정기로 전수 검사를 하는 추세다. 비파괴 측정 중 처음 도입된 방법은 1963년 미국 농무부 소속 칼 노리스가 개발한 근적외선 분광분석법이다. 근적외선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빨간색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 중 상대적으로 파장이 짧은 범위(800~2500나노미터)의 빛을 말한다. 가시광선에 비해 산란 영향을 적게 받고 각종 물질마다 반사되는 특성이 달라 과일에 흠집을 내지 않고 속을 들여다보는 데 알맞다. 이 기술을 이용해 일본에서는 1980년대 말 복숭아 당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도 1989년 최초로 반사식 비파괴 과일 당도 선별기를 개발했다. 근적외선으로 당도를 측정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사과에 빛을 쬐어 반사돼 나오는 빛의 파장을 재는 것이다. 당은 특정 파장의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데, 반사된 빛 가운데 근적외선이 적으면 과일 안에 당이 많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의 임종국 농업연구사는 “과일 안에 당이 셀 수 있는 알갱이 형태로 들어 있는 것이 아닌데다 특정 파장의 빛에 비슷한 반사를 보이는 다른 물질들도 들어 있어 반사되는 근적외선을 모으기만 해서는 당도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빛이 나온 파장을 표시한 스펙트럼과 실제 과일을 즙을 짜서 측정한 당도를 비교해 데이터를 쌓고 분석해 근적외선 흡수와 당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을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신맛 정도를 나타내는 산도도 측정하지만 측정 범위가 좁고 과일 속에 산을 함유한 물질이 적어 당도에 비해 몇배 더 어렵다. 근적외선 선별기로는 당·산도뿐만 아니라 밀도와 경도, 사과의 갈변처럼 내부 결함도 알아낼 수 있다.
|
설을 20여일 앞둔 지난해 1월9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의 거창 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거창 사과를 자동 선별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