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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0 17:50 수정 : 2005.10.12 09:51

치사온도라는 과학용어가 있다. 그 근처에서 죽음의 원인이 되는 온도를 말한다. 곤충과 식물은 15도에서 저온 상해를 입는다. 체온이 30도 근처에 이르면 사람과 포유류가 죽게 되고, 곤충도 해를 입는다. 사람 등 고등동물의 치사온도는 45도이고, 우유를 저온살균하는 60도는 박테리아의 치사온도다.

이렇게 15도의 배수로 나타나는 치사온도 중간에 생물들이 살기 적합한 온도가 나타난다. 곤충, 물고기, 토양박테리아는 23도에서 살기에 적합하고, 사람이나 포유류처럼 정온동물은 37도로 체온을 유지하며, 53도 근처에서는 내열성박테리아가 살기에 적합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윤병집 강릉대 화학과 교수는 “물이 고온 양자액체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윤 교수의 풀이를 들어보자.

물 분자는 강한 수소결합을 하고 있다. 수소결합은 물 분자들이 극성을 띠어 서로 끌어당기는 것을 말한다. 액체가 잘 흐르는 것은 고체가 녹으면서 일정한 자유공간(분자들이 열운동하는 활동 공간)이 생기기 때문인데, 물은 강한 수소결합 때문에 액체 상태에서 적은 자유공간을 가지고 있다.

액체헬륨은 초유동성을 갖는 등 이상한 현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결정될 수 없고, 입자의 운동이 파동현상을 갖는다는 양자효과로 설명됐다. 양자효과는 입자의 크기가 작고 낮은 온도에서 크게 나타난다. 그런데 헬륨의 열적파장은 3.7Å(옹스트롬·100억분의 1m)인 데 비해 물은 0.2Å이어서 물의 양자효과는 무시돼 왔다. 열적파장은 열운동하는 분자의 유효크기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물의 작은 자유공간은 온도가 증가하면서 커지고, 열적파장은 조금씩 감소하는데, 섭씨 15도의 배수가 되는 온도에서 자유공간의 크기가 재미있게도 열적파장의 반파장 배수씩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세포처럼 얇은 막에서는 물이 양자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는 물이 얇은 막 사이에서는 15도 배수 때마다 점도가 높아지고 확산이 잘 안되는 현상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과일이나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0도 근처를 유지하는 것도 이 온도에서 양자효과가 나타나 세포내 물질들의 이동이나 작용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으로 윤 교수는 풀이했다. 그렇다면 15도도 보관하기 좋은 온도가 된다. 실제로 바나나, 토마토, 고구마의 최적 온도는 13~16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런 이론을 11~12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과학한림원 연합회 총회 기념 ‘물의 과학과 기술’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김성호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와 유리 비노쿠로프 러시아 물과 환경문제 연구소, 준 시아 중국과학원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이 참가해 ‘물과 과학’ ‘물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답> 물은 양자 액체이기때문 15도 배수때마다 변질작용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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