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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18 15:33 수정 : 2015.09.18 15:33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두개골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호모 날레디의 상상도. 인류의 직접 조상인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이다. 요하네스버그/AP 연합뉴스

[다음주의 질문]
진화의 과정은 단선 아니라 복잡한 새끼줄
네안데리탈인과 현생인류의 ‘사랑’ 흔적도
7500년 전의 돌연변이…최근에도 진화
이젠 의학·유전공학·빈부차·온난화도 변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두개골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호모 날레디의 상상도. 인류의 직접 조상인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이다. 요하네스버그/AP 연합뉴스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다. 사람은 사람속(호모)에 속한 유일한 종(호모 사피엔스)이다. 고아처럼 남겨져서인지 인류의 조상 찾기 열정은 남다르다.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자들이 발표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고인류 ‘호모 날레디’ 화석도 그런 예다. 깊은 동굴 속에서 적어도 15구에 해당하는 1500여점의 완벽한 뼈 화석이 나와 “인류의 새로운 조상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앉자, 연대 측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석의 주인공을 호모속으로 단정한 것이 성급했다거나 오히려 멸종한 고인류인 직립원인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속 특징이 혼재한 것 등에 비춰 인류의 진화 경로가 알려진 것보다 복잡했을 것이란 추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분명한 건, 현생 인류가 필연의 단선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게 아니란 사실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더발은 15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강이 흐르다 보니 바다로 간 것이지 바다로 가기 위해 흐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류는 지적인 도약을 이룬 진화의 종착점이 아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어떤 고생물학자도 인류 진화의 경로를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통념을 깨는 발견도 잇따른다.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1만8000년 전의 키 1m인 새로운 인류 ‘호빗’이 발견됐다. 멸종한 또 다른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현생 인류와 섹스를 하고 형질을 남겼음이 분명해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인과 아시아인에게 유전물질의 2~4%를 물려줬고, 티베트인은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에 고산병을 겪지 않는다.

인류는 홀로 남았지만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증거가 잇따라 나온다. 마테오 푸마갈리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7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가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뤄진 식단으로 생존하는 비결은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 변이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주식은 물범과 고래인데, 지방산이 농축된 이런 음식을 먹고도 심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불포화화 효소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몇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런 돌연변이는 빙하기로 베링해가 육지로 이어졌던 2만년 전 북극에 살던 시베리아 원주민에게서 처음 발생했는데, 이누이트 모두와 유럽인 2%, 중국 한족 15%에도 전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인류의 최근 진화 사례는 많다. 유럽인의 젖당(락토스) 분해 능력은 널리 알려진 예이다. 성인이 돼도 우유 속 당분을 소화시키는 능력을 간직하는 이런 돌연변이는 7500년 전 유럽에서 나타나 퍼졌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뀐 아프리카와 인도의 겸상적혈구도 그런 예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열대우림에 사는 수렵채취인들이 모두 키가 작은 까닭이 열대우림에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적 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류 전체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자연선택보다 문화 요인이 강력해지면서 누구도 예측 못한다. 의학과 유전공학의 발달, 빈부 격차 등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게다가 인류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지구의 생명 질서 자체를 흔들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지구에서 자신의 진화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첫 생물이 될지도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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