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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4 18:07 수정 : 2005.10.24 18:07

바둑돌은 수 개념을 익히는 데 좋은 도구로 여겨져 수업시간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런 도구 사용보다 글씨를 써서 배우는 전통적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재미 주지만 개념 이해 더뎌” 미 발달심리학 교수 통설 깨

많은 교사는 구체적 사물이나 활동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습 흥미를 느끼게 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산수 시간에 종이에 글씨를 써서 가르치는 것보다 바둑돌이나 나무토막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두 연구는 이런 교육계의 오래된 ‘공리’가 재검토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주디 델로아체 미국 버지니아대 인지발달심리학 교수는 최근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어메리컨>에 기고한 글에서 “산수를 가르칠 때 개수를 나타내는 나무토막이나 블록 등을 사용하는 것이 대상물과 수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6~7살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빼기를 가르칠 때 나무토막을 사용해 수 개념을 가르치는 경우가 종이에다 글씨를 써서 가르치는 경우보다 시간이 3배 이상 더 걸렸다.

델로아체 교수는 “책장을 들치면 물건이 튀어나오는 책 등으로 글자나 숫자를 가르치는 방법은 대상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대상 자체로 보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줄지언정 학습효과를 주지 못하고 주의만 분산시킨다”며 “예전의 책-공책 2차원적 방법이 3차원적 활동을 통한 교육보다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슬로츠키 미국 오하이오대학 인지과학센터 소장은 현대심리학 학술전문지인 <사이코노믹 블리튼 & 리뷰>에 실은 논문에서 대학생들에게 별이나 빗방울, 눈송이처럼 단순하고 추상적인 상징물을 사용해 수학을 가르친 경우와 컴퓨터의 3-디 화면을 이용해 구체적 물체들을 보여주며 가르친 경우를 비교하는 실험을 한 결과, 추상적 상징물을 사용했을 때 학습효과가 더 높았다고 밝혔다.

슬로츠키 소장은 “비교적 추상적인 물체인 막대기를 가지고 그것이 자동차나 우주선 또는 꽃이라고 상상할 수 있어도, 장남감 기차를 가지고 꽃인 것처럼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 사물들은 학생들이 보거나 겪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의미에서 개념적으로 풍요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학생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개념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덜 구조화된 존재가 좋은 상징물이고, 이런 상징물들이 배우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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