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의 사이언스온]
|
유전자를 손쉽게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 기법의 등장으로, 생물학과 의학 연구실에서 유전자를 다루는 다양한 연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림은 유전자 가위의 첫 임상시험으로서 암 환자 면역치료에 쓸 면역세포(T세포)의 주사 전자현미경 영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2013년 1월 등장 이후 급속한 발전 유전자 기초연구 새로운 주제 만발하고
인간질환 모델 동물 만들기도 잇따라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 강화
첫 임상시험 올해 말 시작돼 주목 얼룩 양, 미니 돼지, 뿔 없는 소…
갖가지 크리스퍼 동물 출현도 잦아 낯선 변화와 시도에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일어, 더 많은 소통과 논의 필요 ■ 크리스퍼 임상시험, 질병연구 활발해질듯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난치병 치료에 적용할 유전자 가위 기법에 쏠렸다. 지난달 미국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는 유전자 가위로 편집해 원하는 유전 형질을 갖춘 면역세포를 만든 뒤 이를 암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미국 연구진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시행된다면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 1호’다. 구상은 이렇다. 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 유전자를 체외에서 편집한다. 유전 형질이 바뀐 면역세포는 여러 환자들한테 면역거부 반응 없이 쓸 수 있는데다 암세포를 쉽게 찾아내 싸울 수 있어 면역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김 단장은 “본심인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도 통과하지 않았는데 큰 뉴스로 다뤄진 건 새 기법의 임상시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임상시험은 승인 절차를 밟아 올해 안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시험은 앞으로 더 늘 것이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임상 전 단계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희귀 실명증이나 에이즈 같은 난치병에 ‘유전자 수술’을 적용하는 전임상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 연구진은 에이즈 치료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전 방식에 비해 ‘더 값싸고, 빠르고, 정확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기에, 새 기법은 여러 질병 연구에도 빠르게 사용되고 있다. 연구 주제인 질병에 맞춘 실험용 모델동물은 이전보다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김 단장은 “예전엔 유전자 한두 개 기능을 탐색하는 연구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웠는데 이젠 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바꿔 살피고, 더욱이 인간 유전체(게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연구도 가능해져, 의료나 질병 연구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진은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만든 애완용 미니돼지의 모습.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제공
|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바이러스 공격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따와 만든 유전공학 기법입니다.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중대한 문제이고, 그래서 박테리아는 잘 짜인 면역체계를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켜왔습니다. 전에 침입한 적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일부를 자신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에다 기록해두는 거죠. 마침 그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미 갖고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곧바로 식별합니다. 뒤이어 박테리아 안에선 이렇게 식별된 외부 침입자의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공격이 이뤄집니다. 이처럼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그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것이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기본 구성이지요. 박테리아의 이런 독특한 면역 시스템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 부릅니다.
2013년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모형을 이용해 박테리아 안이 아니라 다른 생물 세포에서도 작동하는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했습니다. 당시 한국 연구진도 이런 발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를 기록해둔 ‘안내자 아르엔에이(RNA)’라는 분자와 △찾아낸 표적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분해효소 ‘카스9’ 분자, 이렇게 둘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복합체를 만든 거죠. 이제 안내자 아르엔에이를 잘 설계해 카스9에다 붙이면 이 복합체는 세포핵 안에서 절단하려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 결합하고 이어 그곳을 절단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증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라낸 유전자 염기서열 부분을 미리 준비해둔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해 유전자 기능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법을 써서 지식과 응용 분야를 넓히려는 여러 연구가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