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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 기상청 기상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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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곳의 풍랑이 불러온 바람 반대방향으로 이는 파도
21~23일 우리나라 북서쪽에는 찬 성질을 가진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고, 동해상에는 발달한 저기압이 위치해 우리나라 주변은 기압경도가 큰 상태가 오랜 시간 유지됐다. 이로 말미암아 북동기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강원 동해안에서 울산 해안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높은 파도가 발생해 인명사고 등 피해가 생겼다. 일부에서는 너울에 의한 피해라고 보도되기도 했으나 원인은 풍랑에 의한 것이다. 해수면은 항상 여러 가지 원인으로 균형을 잃게 되고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바닷물에 표면장력과 중력 등이 작용하면서 파도(해파)가 발생한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것은 풍랑으로, 풍랑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는 바람이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짧은 주기의 파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파고가 높아지며 파형이 뾰족하게 변해 간다. 풍랑의 발달은 풍속의 세기, 취송거리(바람이 해수면과 접촉하면서 불어간 거리) 및 취송시간에 의해 좌우된다. 곧, 바람이 셀수록, 취송거리와 지속시간이 길수록 높은 파도가 일게 된다. 보통 해상사고의 대부분이 이 풍랑에 의한 것이다. 풍랑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최대 파고는 어느 정도나 될까? 약 30m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지금까지 증명된 최대 파고 기록은 1933년 미 해군 수송선 라마포호가 북태평양 상에서 항해 중 관측한 34m이다. 반면에 너울(Swell)은 해당 지역에 바람이 불어 생긴 파가 아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풍랑이 발생 해역에서 다른 해역으로 전해진 경우, 또는 바람이 잔 다음에 해면에 남아 있는 파도 등이 너울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너울은 감쇠해 가는 파도이며, 그 장소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을 보인다. 또 진행하는 데 따라서 파장과 주기가 길어진다. 그것은 발생 해역에서는 파장과 주기에 대해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으나, 진행함에 따라 장주기의 성분파가 점차 탁월해지기 때문이다. 보통 20초 이상의 주기를 가지며, 파장도 길어 큰 너울은 300∼400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또 파의 마루가 완만하고 파형이 둥글며 규칙적이다. 이러한 너울이 해안 가까이 다가오면 부서져 쇄파가 돼 바람도 없이 파고만 높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태풍의 접근을 알려주는 전조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순간순간 변하는 파 중에 파고는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사용할까? 기상청에서는 모든 해상 파고에 대해 국제표준으로 정해진 ‘유의파’(Significant wave)를 사용한다. 유의파란 불규칙한 해면을 일정기준으로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통계량으로, 한 지점을 연속 통과하는 파를 관측하였을 때 임의의 시간 또는 개수 중에서 높은 파고 순으로 3분의 1까지 파고와 주기를 각각 합산해 평균한 값이다. 통계적으로 100~200개를 취했을 때 최대파고는 유의파고의 약 1.6배 정도가 돼 유의파고로 최대파고의 추정도 가능하다. 허은 기상청 기상통보관 huheun@kma.g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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