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31 18:32 수정 : 2005.10.31 18:32

과학시간에 축구를 배운다- 새 교과서 팀 ‘고1 견본’ 선봬

새교과서 팀 ‘고1 견본’ 선봬…이르면 2007년 적용


과학기술의 국민이해에 관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물리·수학·화학 등 주요 과학 분야를 학교교육 과정을 통해 알게 되는 비율이 높지만 이들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미생활 등 학교 이외의 경험을 통해 접촉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천문학·식물학 등은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작용-반작용은 ‘태클‘ 로
에너지 보존법칙은 ‘로밍슛’ 으로
물질 대사는 ‘마라톤’ 으로
잡지처럼 쉽고 재밌게 풀어써

그렇지만 지금 중학생들은 이르면 2007년부터 과학을 재밌는 것으로 기억하게 할 색다른 교과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새 교과서를 만들고 있는 ‘차세대 과학교과서 연구개발 위원회’(위원장 현종오)는 28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연 중간발표 세미나에서 1년 동안 연구해 만든 고1용 견본 교과서를 소개했다.

이 교과서는 탐구 위주의 지금 교과서와는 달리 이야기 식으로 풀어써 ‘잡지’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현종오 위원장은 “지식이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학생이 자기 나름대로 구성해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작했다”며 “학생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머릿속에 과학이라는 관념의 집을 짓게 된다”고 말했다.

새 교과서는 현상과 개념이나 원리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장면이나 사건과 결부된 하나의 ‘이야기 맥락’(스토리라인)을 통해 연결되도록 구성됐다. 가령 역학 항목에서는 ‘축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꾸며가며 뉴턴의 운동법칙 등을 설명한다. 작용-반작용은 태클을 통해 풀이되고, 에너지 보존법칙은 로밍 슛을 통해 개념화된다. 축구선수는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운동에너지를 육감적으로 계산해 공이 골키퍼와 골대 사이에 떨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 장면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이 소개된다.

‘차세대 과학교과서’는 이런 식으로 힘과 에너지는 축구, 물질대사는 마라톤, 생식은 시험관 아기, 기상은 날씨와 관련된 재해, 자극과 반응은 달리기와 당뇨병, 파동에너지는 지진해일과 소리, 반응속도는 자동차엔진 등을 소재로 이야기체로 꾸며졌다. 이야기들은 ‘요리조리 페인트 악착같은 몸싸움’(운동의 법칙) ‘태풍은 빙글빙글, 앞산은 흐릿흐릿, 날씨는 오락가락, 지구는 후덥지근’(기상) ‘소리가 울퉁불퉁 소음이 시끌시끌’(파동에너지) 등 재미있는 제목을 달고 있다. “맥락 속에서 지식이 위치했을 때 기억이나 적용력, 문제 해결력이 극대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새 교과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기자재를 필요로 하는 현 교과서의 탐구활동과 달리 간단한 실험재료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미니실험실’을 도입했다. 또 실험에 관한 책, 교사용 지도서와 학습용 동영상 시디 등이 별도로 제작돼 한 세트로 제공된다.

현 위원장은 “새 교과서는 700~800쪽에 이르고 조금 비싸겠지만 일반인도 읽으면 기초과학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평생 지녀도 좋을 보존형 교과서”라고 소개했다.

이날 견본 교과서를 살펴본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기술표준부 부장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다양한 사진과 그림들이 포함돼 있어 과학적 지식의 개념 형성을 쉽게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과학용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단위나 공식 설명이 너무 배제돼 있는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과학교과서 연구개발 위원회는 내년 2월까지 고1용 과학교과서를 완성한 뒤 평가를 거쳐 2008년께는 초중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교과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