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115년 미·영·독 70% 독점하고
이스라엘 새로 진입하는 데 25년 걸려
“과학도 적대적 문화자본이기 때문”
그래도 노벨상은 ‘흙수저’에게 희망
한국 받으려면 젊은이에게 투자해야
“연구 이단아 배제 말고 지원을”
120년 전 스웨덴의 부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서 시작된 노벨상은 과학 분야에서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115년 동안 58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100년째인 2000년까지 노벨 과학상은 미국(199명·42.4%), 영국(70명·14.9%), 독일(61명·13.0%) 등 3개국이 전체의 70.3%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 독식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2001~2015년 동안 미국의 비중은 51.8%로 급증했다. 전체 기간에서도 미국은 42.4%에서 44.3%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배출한 국가는 28개국이다. 2004년 이스라엘이 1979년 마지막으로 수상자를 배출한 파키스탄 이래 25년 만에 ‘노벨클럽’에 신규 회원이 됐다.
‘마태효과’ 심해지는 노벨과학상
노벨 과학상의 집중 현상은 국가만이 아니라 개별 연구기관에도 적용된다. 미국 하버드대(20명), 캘리포니아공대(16명), 스탠퍼드대(16명)는 다섯번째로 노벨상을 많이 배출한 국가인 러시아(15명)보다도 많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킹 머튼은 이런 현상을 두고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성경 마태복음의 구절에 빗대 ‘마태효과’라 불렀다.
승자독식 구조는 노벨상 후보자의 선정 방식에서도 기인했다. 노벨상은 세계의 수백~수천 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스웨덴 왕립과학원(물리·화학상)과 카롤린스카 의대(생리·의학상) 노벨위원회가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기존 노벨상 수상자들의 추천이다. 1972년까지 미국 노벨상 수상자 92명 가운데 48명이 노벨상 수상자를 스승이나 선배로 뒀다. 이들 48명은 모두 71명의 수상자 스승 밑에서 연구했다. 스승과 제자 계보가 다섯 세대까지 연결된 경우까지 있다. 임경순 포항공대 과학문화연구센터장(인문사회학부 교수)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과학을 문화적 자본의 하나로 봤다. 자본이 적대적 경쟁을 통해 무한히 확대 재생산하듯이 과학도 자신이 가진 과학적 성과를 다른 사람들과 철저히 구별하고 특정 분야·집단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노벨 과학상이 특정 국가나 기관에 쏠리는 현상도 이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벨이 유언장에 “후보자의 국적을 일절 고려해서는 안 된다. 스칸디나비아 사람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수상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노벨위원회가 그의 ‘특별한 당부’를 지켜내 그나마 노벨상의 권위가 유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달 27일 대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노벨과학상 정책토론회’에서 “노벨 과학상은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지식의 외연을 확대한 업적, 곧 영향력과 파괴력이 큰 ‘딥 임팩트’(deep impact) 한 성과에 대해 수여함으로써 명성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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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과학상의 집중 현상은 국가만이 아니라 개별 연구기관에도 적용된다. 노벨상 시상식 장면. 노벨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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