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구와 우주
김영석 교수, 더민주 ‘원전안전특위’서
“양산-덕천단층 연결대서 발생”
항공 라이다로도 단층대 확인돼
수백차례 여진 대부분 해당지역 집중
2300건 피해엔 진도 7·8짜리도 있어
원전 최대지진·지진재해 재평가해야
지진·지질학계는 경주지진이 양산단층대 활성에서 비롯됐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원전 등 주요 시설 안전의 기초가 되는 지진재해 재평가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더디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의 ‘경주지진 원인 덕천단층설’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그 가지단층인 덕천단층의 연결 부위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9월12일 규모 5.8의 지진이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했을 때 양산단층의 활성이 원인이라는 추정은 제기됐지만, 주변 단층의 움직임과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특별위원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여진 분포를 보면, 양산단층과 평행한 단층 사이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평행한 단층이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에 위치해 덕천단층이라 이름 지었는데,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덕천단층의 연결부 손상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대가속도 0.38g 나와 정밀분석 중
김 교수는 우선 여진의 98%가 덕천단층이 지나는 화곡저수지를 중심으로 집중돼 ‘단층손상대에 여진이 집중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경주지진 뒤 야외조사를 해보니 진원이 깊어 지표상에서 파열을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남북 방향의 소규모 단층들이 발견됐다. 내남면 지표에서 관찰된 선형 구조는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두 단층의 연결부 손상대 구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유사 구조의 지진 발생 메커니즘은 콜롬비아 아르메니아단층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앤드레이어스단층대와 중부지역의 뉴매드리드단층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 김 교수 연구팀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주변 지역의 항공 라이다 영상을 촬영해보니, 양산단층과 덕천단층을 연결하는 단층들이 몇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다는 레이더가 극초단파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것처럼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와 농도, 속도, 형상 등 물리적 성질을 측정하는 장치로, 지표면의 모형을 작성하는 데 쓰인다. 김 교수는 “경주지진이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했다기보다 두 단층 연결부의 단층 활동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향이동단층에서는 땅속 깊이 내려가면 한 뿌리로 연결되는 플라워 스트럭처(꽃 모양의 단층구조)가 많이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경주지진은 양산단층이 움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김 교수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렸을 때 그 나무가 흔들렸다고 보느냐에 대한 답변과 같다”고 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라이다로 찍은 항공사진을 바탕으로 물리탐사와 트렌치 조사에 나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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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2일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진앙에서 10여㎞ 떨어진 울산시 울주군 외와마을에서 황토집 벽에 금이 가고 교회 담이 무너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의 정밀조사에서 이 지역의 지진동은 진도 8(Ⅷ)에까지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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