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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1 21:05 수정 : 2005.11.21 21:05

천상열차분야지도 중국 이은 세계 두번째 천문도…혼천시계·자격루와 ‘국보 3형제’

박성래 외대 교수 “천상열차분야지도 제작자 권근 아니다” 12명중 천문계산 담당…고려말 문집에도 천문학자 이력

우리나라 옛 천문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국보 제228호다. 1467개의 별이 가로 1m, 세로 2m의 돌에 새겨진 이 천문도는 이성계가 조선 왕조를 세운 직후인 1395년에 만들어졌다. 이 천문도를 만든 이는 문집 <양촌집>을 지은 문필가 권근(1352~1409)으로 알려져왔지만, 고려 유신인 유방택(1320~1402)이 실제 제작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과학사)는 17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천문연구원에서 열린 ‘한국 고천문학과 천상열차분야지도 워크숍’에서 “최근 고문서를 검토한 결과 이성계의 지시로 조선이 ‘하늘의 뜻’을 받았음을 상징하는 천문도를 제작한 천문학자는 유방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하지만 그는 고려에 충성한 조선 왕조의 반골이었다”라고 말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설명문에는 모두 12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권근이 글을 짓고, 유방택이 천문계산을 하고, 설경수가 글을 썼다고 돼 있다. 권근은 문필가, 설경수는 원나라에서 고려로 망명한 당대 유명한 서예가여서 천문학과는 관련이 없다. 뒤에 나오는 이들 가운데 권중화 역시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문관으로 역시 천문학자는 아니었다. 나머지 8명에 대한 역사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혼천시계 17세기 서양시계 접목한 자명종…해·달 위치 별자리 관측 다목적
박 교수는 “유방택의 일생에 대해서는 고려 말 대표적 학자인 정이오(1347~1434)의 문집 <교은집>에 실려 있는 ‘유방택 행장’이 거의 유일하다”며 “행장에는 이성계가 천문 계산을 이룩한 공로를 인정해 유방택에게 개국일등공신을 주려 했으나, 그는 사양하고 개성 취령산 아래 숨어 지냈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유방택은 죽는 날 두 아들에게 “나는 고려사람으로 개성에서 죽으니, 내 무덤을 봉하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고 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그는 조선왕조가 시작되자 고향 서산으로 내려와 살면서 공주 동학사 삼은각을 짓고,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 등 세 고려 충신들을 기렸다고도 한다. 또 <고려사>에는 유방택의 맏아들 백유와 둘째아들 백순이 고려말 이성계 등이 추진한 사회경제 혁명인 전제 개혁에 반대하다 호남 광주로 유배된 사실도 나온다. 유백유는 뒷날 새 왕조에 출사해 벼슬을 했다.

박 교수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잘 알려져 있으면서 그 천문 계산을 맡은 천문학자 유방택에 대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우리 전통과학에 대한 관심이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뒤늦게나마 이런 숨은 사실을 발굴해 우리 과학사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석재 천문연구원장은 이날 “유방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연구원이 발견해 아직 이름 짓지 않은 소행성 가운데 하나에 선생의 이름을 붙이려 한다”고 밝혔다.

대전/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세종대왕 새로 보좌하는 천문도·혼천시계

새 만원짜리 배경 자격루 퇴장

최초 ‘천문도’ 고려 유신 유방택이 만들었다-새 만원짜리 배경 자격루 퇴장
2007년 상반기에 발행되는 새 만원짜리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228호)와 ‘혼천시계’(국보 230호)라는 전통과학 유산 그림 두가지가 실린다. 대신 기존 만원권에 들어 있던 물시계 자격루(국보 229호)는 ‘퇴출’을 당한다.

국보로 지정된 300여 문화유산 가운데 ‘과학기술 유물’로서 국보로 지정된 것은 이들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국보 지정에는 자격루 구실이 컸다. 1만원권에 그려놓고도 국보나 보물로 정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는 자격루를 국보로 지정하면서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혼천시계도 함께 국보로 지정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중국의 ‘순우천문도’(1247년께)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다. 이 천문도가 유방택 등 우리 조상에 의해 직접 제작됐다는 증거는 여러 군데 나온다. 이용복 서울교대 교수(과학교육과)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순수한 천문에 대한 기술 외에 유교관과 천명관을 반영한 내용들이 들어 있고, 가장자리에서도 별자리 모양이 변하지 않도록 한 점 등에서 중국 천문도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1998년 일본 옛 수도 나라 근방에서 발견된 기토라 고분의 천정 성수도는 중국 천문도보다는 우리의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가까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 천문도에 나와 있는 별들을 토대로 관측한 위도를 계산해보면 39도로 나온다. 고분이 제작될 당시인 7~8세기께 위도 39도에 있던 도읍은 평양이 유일하며 당시 중국의 도읍인 낙양, 서안과 일본의 나라는 34도였다. 이 교수는 “기토라 고분의 천문도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마찬가지로 고구려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양홍진 천문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문학 서적인 이순지의 <천문유초>에는 청룡, 현무, 주작, 백호 등 사신도와 별자리를 연결해 놓은 설명이 나온다”며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이를 대입해보면 서양과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도 별자리를 동물 모양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혼천시계는 조선 현종 10년(1669년) 홍문관의 천문학자 송이영이 서양식 기계시계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자명종이다. 현재 고려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나, 부품이 낡고 망가져 작동되지는 않는다. 혼천시계는 단순한 시계 차원을 넘어 지구의와 연결된 적도환(28수 별자리 운행), 황도환(태양의 운행), 백도환(달의 운행) 등의 회전주기가 각기 다르게 제작돼 있어 해와 달의 위치, 별자리 28수와 24절기를 알 수 있는 다목적 천문관측기기다. 혼천시계는 올해 9월 복원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시과학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복원을 주도한 이용삼 충북대 교수(천문우주학과)는 “혼천시계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시계기술의 축적과 천문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당시 서양의 최첨단 진자시계 기술을 집약한 천문시계”라며 “네덜란드의 호이겐스가 진자시계를 만든 지 13년 만에 조선에서 같은 방식의 정교한 시계가 제작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대전/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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