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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22:26 수정 : 2005.11.28 22:26

황상익 서울의대 교수·의학사

“피험자 인권이 의학발전보다 우선” 연구자들의 생명윤리선언

1964년에 제정, 채택된 헬싱키 선언의 정신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피험자의 인권과 복지, 안녕이 과학과 의학의 발전, 난치병 치료법의 개발, 경제적 가치의 창출 등에 앞서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다. 이 선언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모든 나라가 인정하고 모든 연구자가 준수해야 하는 보편규범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으며 각 나라의 관련 법규에도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피험자의 신체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는 실험에서 연구자는 피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그 동의서에도 “연구자는 헬싱키 선언을 준수한다”라는 뜻의 문구가 들어 있다. 헬싱키 선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연구현장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다.

며칠 전 어느 과학분야 설문조사기관이 생명과학 연구자 9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응답자의 46%는 헬싱키 선언에 대해 들어 본 적조차 없다고 했으며 39%는 듣기는 했지만 내용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생명과학 선진국을 지향한다 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최선두에 나섰다고 자부하는 나라의 연구자들이 생명과학연구의 ‘가나다’를 모른다는 것이다. 스포츠 정신과 경기규칙도 모르는 채 경기를 해 왔다는 셈이다.

헬싱키 선언의 핵심은 ‘자발성’과 ‘공공 감시’다. ‘자발성’이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연구자는 피험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 이득과 위험성 등에 대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하고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를 얻은 뒤에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공공 감시’란 연구의 계획부터 결과 발표까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와 같은 기구의 승인과 감독 아래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만 피험자의 인권과 복지가 지켜질 수 있고 의학과 과학의 진정한 발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와 일제 731부대 등의 생체실험 만행은 ‘광기’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니다. 2차대전 뒤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드러났듯이 그들은 과학의 진보, 난치병 치료 등의 ‘성스러운’ 목적 아래 그런 ‘연구’를 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헬싱키 선언과 같은 안전장치가 없이 전쟁 승리, 국가이익이 인체실험을 정당화하는 가운데 숭고한 목적은 최악의 만행으로 귀결되었다.

헬싱키 선언과 그 기반인 1947년의 뉘른베르크 강령은 그러한 참혹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성과 성찰 위에 만들어진 인류의 대장전이다.

황상익 서울의대 교수·의학사 hwangsi@snu.ac.kr


헬싱키 선언-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에서의 윤리 원칙

20. 피험자는 반드시 지원자이어야 하고 시험에 참여됨을 알아야 한다.

23.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 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그 동의가 어떤 강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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